/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만 5세 조기 입학을 추진했던 박순애 장관이 사퇴한다는 기사가 떴다. 기사 내용 중 사진 자료를 보니 엄마와 어린이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 집회를 하고 있다.
어쩌다 이 무더위에 나와 행복과 권리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개탄할 일이다.
며칠 전에도 만 5세 조기 입학으로 인해 서울 용산으로 집회를 간다는 지인에게 모자를 빌려 주었다. 무더위, 휴가철에 뜨거운 바닥에서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무더위에 밤잠을 설치는 학부모의 걱정거리를 하나 더 만들게 한 정책이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인가 싶다.
만 5세 조기 입학정책은 이명박 정부 때도 한차례 태풍처럼 몰려와 많은 유아 교육자들이 당황하게 만들었던 정책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청회, 여론 조사를 해서 발달적, 사회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으로 철회를 했었다. 이 정책이 10년도 넘어서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의해 5세 정책이 다시 불거졌는지 몰라도 부모, 교육자등이 반대 집회의 현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만 5세 조기 입학 정책은 사회학적인 관점에 인간을 자본으로 본다는 이론에 기인한다.
국가는 조기 입학을 통해서 학교 교육을 마치고 취업을 해 세금을 내면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론에 따라 정책을 세우려고 했던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저 출산 국가로서 인구 절벽에 대한 노동력의 감소에 대한 대안 책으로 많은 고민 끝에 내 놓은 정책이 인간의 삶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육계와 학부모 의견을 기사를 통해서 보았을 것으로 본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보더라도 38개국 중 27개국의 초등 취학 연령이 만 6세이며, 만 7세가 되어야 초등학교를 보내는 나라도 7개국이나 된다.
미국이 조기 입학을 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유치원 교실환경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만 5세는 발달적으로 봤을 때 학교 교육보다는 놀이 교육이 중요하다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민국 유아 교육 정책도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을 통해 놀이 배움 중심 교육을 강조하면서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학부모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 나오는 문장이 있다. “뭣이 중한디” 라는 곡성에 나오는 영화대사로 한마디 하고 싶다.
유아에게 있어 놀이가 중요하다는 아동학자들의 의견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이 상황에 대한민국 교육 정책은 그냥 말 던져 놓기를 벗어나 공청회,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에 한국유아교육자연대가 보육, 부모단체와 함께 하는 유보통합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2일의 발제를 보면 ‘1주제는 유보통합의 본질과 지향점 초등입학 하향화 문제의 해법, 2주제는 국민관점에서 바라본 만 5세 초등입학과 유보통합, 3주제는 유아교육과 보육 행·재정의 발전적 통합 방안과 함께 이러한 성공 유보통합을 위한 유아학교 교사양성 및 자격제도 추진방향’으로 공청회를 통해 만 5세 초등입학정책안 제안의 취지는 무엇이며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교육부, 부모, 교사 전문가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위한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제안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세 공교육을 2세 대상으로 확대 되고 있는 시기에 대한민국 어린이들도 초등조기입학보다는 만 5세부터라도 의무교육이 이루어져 모든 어린들이 유아·보육의 공공성을 앞당겨 공교육의 정책 수립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국가 정책은 순서가 있다. 무슨 일을 한다고 발표를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모든 정책에는 인간이 누려야 할 행복과 권리가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지만 인간존엄이 먼저 우선되어야 하며 경제 논리는 다음이 되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날 밤잠을 설쳐 하루를 견디기도 지친다. 이러한 때 만 5세 조기 입학이라는 정책에 대해서 생각을 하니 더운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선미의 ‘열이 올라요’ 노래를 불러본다.
‘뜨거워진 온도 탓일까요. 약이 올라요 열이 올라요 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