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달 속에는 누가 살까? 우리 민족은 달은 유희의 대상이다. 문학 속에도 달은 다양한 이야기로 펼쳐지며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하였다.
달과의 놀이 문화 중 가장 큰 문화는 한가위다. 한가위가 되면 달에게 소원을 빌고 놀이를 한다. 그 공간이 만들어지는 곳이 마당이다.
우리 문화에서 풍요를 누리는 곳이 마당이다. 마당의 공간은 봄, 가을이면 채움의 기능을 다한다.
비움의 공간에서는 놀이가 차지한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많은 놀이를 하였다. 마당이 있는 곳에 살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마당에 서면 어릴 적 놀이가 떠오른다.
봄의 마당은 농사의 시작이라면 가을의 마당은 추수했던 곡식들이 채워지는 곳이다. 수확 철이 되면 마당에는 아이들의 목소리 대신에 벼(나락)가 제일 먼저 공간을 차지한다.
시골에 집을 짓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지인의 마당에서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며 텃밭을 보니 수확해야 할 작물이 많다. 언제 저 일을 다 하지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텃밭의 주인은 첫 번째로 참깨 수확을 했다고 한다. 넓은 마당을 보니 곡식과 작물이 마당에 가득 채워지는 풍경이 그려졌다.
마당은 우리의 문화와 함께 하였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놀이 문화 중 마당극이라는 놀이가 있다.
마당은 특별한 무대장치가 필요 없으며 누구나 빙 둘러 앉아 놀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방이 오픈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마당놀이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에서는 계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마당놀이는 관객과 함께 한바탕 놀이가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들이 어깨춤을 추며 신나게 놀다보면 하루가 간다.
비움과 채움의 마당은 중요한 공간이다. 일본의 마당은 정원을 위한 마당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당은 복합다양성의 공간을 가진 곳이다.
필자의 어릴 적 기억 속에 마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음식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오가며 축제가 며칠 동안 이루어졌다. 이처럼 마당은 사람이 채워지고 노동의 결실이 채워지는 공간이며 곡식의 결실이 끝나면 비움의 공간으로 힐링을 주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전라도의 마당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마당이 넓다. 그러한 이유는 농경문화가 발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가위가 오면 마당은 멍석이 깔리고 축제의 마당이 된다.
마당에는 추수와 함께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신선한 곡물로 가득 채워졌다.
산업사회를 거쳐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서 우리의 마당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요즘은 러스틱 라이프라는 용어로 시골에 가서 장작패고 밥하고 쉬면서 휴식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마당의 공간은 자연이 주는 그대로 유지해 주는 공간이며,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책을 보면 한가위에 마당의 공간을 볼 수 있다.
근대 문화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명절이 되면 마당은 채움의 공간이다. 가족들이 모이고, 음식이 만들어지면 마당에는 갖가지의 곡식이 채워진다.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과 함께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책을 보면서 마당의 공간을 살았던 우리네 풍습을 이야기해도 좋을 듯하다.
마당을 보면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움과 채움의 공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마당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우리의 정원은 뒤쪽에 아름드리 꾸며져 있다. 뒤안에는 꽃과 나무가 예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골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한 이유는 비움이 주는 공간이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요즈음 집들은 서양식 정원을 모습을 자리 잡고 있어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잘 꾸며진 정원을 보면 예쁘지만 담장너머 아름다운 풍경을 놓쳐버린다. 또한 마당의 공간을 살아온 우리의 삶과 다른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가위가 다가온다. 마당에서 방아를 찧고 달님을 친구 삼아 강강술래를 했던 마당의 공간이 그리워지는 시기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했던 마당은 사라졌지만, 비움과 채움으로 거듭나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