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못 자고 가슴만 졸였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물러난 6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교동시장.
상인들은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힌남노가 남해안 만조 시간인 이날 오전 5시에 맞춰 여수에 최근접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침수 피해가 우려되자 상인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침수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던 상인들은 강한 바람이 불어 닥친 새벽에 집에서 애간장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오전 4시께 여수 최대 순간풍속이 36.3㎧(130.7㎞)을 기록하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만조 시간보다 한 시간 앞서 태풍이 북상한 데다 큰 피해도 없이 지나가면서 상인들은 이날 수심을 걷어낸 채 출근할 수 있었다.
상인 윤모(68·여)씨는 \"밤 11시까지 수산물을 정리하고 인근 배수로를 점검한 뒤에야 퇴근했다. 많은 수산물을 모두 옮길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다\"고 안도했다.
상인 김모(52)씨도 \"어제 저녁 8시에 퇴근한 뒤로 가게 생각이 계속 나 시장에 올까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며 \"생계의 터전을 잃을까봐 걱정을 크게 한 탓에 한 숨도 못 잤다.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고 했다.
해안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간밤 강풍 피해에 애를 태웠다.
여수시 수정동에서 게장집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아침에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보기 위해 출근했는데 간판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2층 테라스로 떨어져 가게가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다\"며 \"피해가 이 만큼이라 다행이지 큰 물건이라도 날아들까봐 밤새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여수시 남면 해안가 일대 주민 78명이 각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큰 피해가 없자 날이 밝은 뒤 이들은 모두 집으로 무사히 귀가했다.
배순환 소유마을 이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어르신들이 1959년 태풍 사라 당시를 기억하고 있어 한숨도 못 주무신 채 걱정했었다\"며 \"걱정 끝에 주무시다 아침에 볕이 드니 일어나셔서 안전히 귀가했다.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힌남노는 전남 남해안을 거쳐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이날 오전 7시 10분께 울산을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여수=조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