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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가을에 스미다
  • 호남매일
  • 등록 2022-10-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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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가을이 물들어가는 것일까? 계절이 물들어가는 것일까?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바람이 반가워 창문을 연다. 그렇게 뜨겁던 태양도 반쯤 고개 숙인 하오 네시에 산책을 나선다. 마을 앞 호숫가에 마로니에는 벌써 가을로 달린다.


수확의 계절 가을 들어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거리마다 소식을 알려주는 프랭카드, 날마다 SNS에 올라오는 문화행사에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가을날이다. 우리 마을 호수 공원에서도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지인이 미술관을 소개해 주었다. 미술관에 가자는 말에 설렘 밤 걱정 반을 안고 동구에 있는 드영 미술관으로 향했다. 낯선 미술관이라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국에 드영(de Young Museum)미술관이 있다. 건축가 헤르조그(Herzog, J.)와 드 뫼롱(de Meuron, P.)이 설계해 2005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개관하였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드영 미술관도 영원한 젊음을 모토로 하여 2018년도에 개관하여 국내외 청년작가 발굴육성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번 드영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양나희 작가의 ‘Useless… but Beautiful’ 와 우시온 작가의 ‘멜링콜리아’ 주제로 지난 2일까지 전시되었다.


1층 미술관으로 들어선 순간, 양나희 작가의 작품은 익숙하다.


운주사와, 광주 월산동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세히 바라본다. 양나희 작품은 종이 박스로 형태를 잡고 그 위에 색을 입혔다. 운주사의 초설, 밤의 연가의 작품을 바라본다. 편안하다. 종이박스의 질감이 관람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주사는 하늘의 별자리에 따라 지상에 부처가 있다.


별이 보이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별이 되고 싶어 했던 벗이 생각난다. 벗은 너무나 별을 사랑해 지금은 별이 되었다. 눈이 내린 ‘운주사의 밤’ 작품에서 별이 된 친구를 찾아본다.


양나영 작가의 작품 기획 글을 보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의 모습과 쓸모없이 내팽개쳐진 종이상자에서 꿈도 희망도 없이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이 교차되어 작업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양나희 작가의 작품은 흐미엘레프스카의 작가의 그림책 ‘작은 발견’ 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의 손에서 버려진 종이 박스가 작품으로 거듭나듯이 작가의 삶도 찬란히 빛나길 바래본다.


양나희 작품 ‘눈 내린 월산’의 작품은 지금은 경기 댁이 된 벗이 살았던 동네다.


재개발 지역에서 월산동은 아직도 주택문화가 남아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주택은 우리에게 공간의 의미를 담게 한다.


양나희 작가의 작품이 정감이 드는 것은 어쩌면 버려졌을 것 같은 물건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운주사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서 정채봉 선생님의 ‘엄마’ 시를 조용히 낭송해 보았다. 정채봉 시인이 운주사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그토록 그리워했던 단어, 엄마라는 정채봉 시인의 작품이 오마주 되는 것은 양나희 화가의 작품이 주는 편안함이다.


양나희 화가가 선택한 종이 박스의 재료와 따스하게 다가오는 풍경이 작품을 보는 이에게 서정적인 시간을 안겨준다.


2층에 전시된 청년작가 우시온 작가의 ‘멜랑콜리아’는 불안과 우울은 내면의 성숙을 위한 거울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안에 내면에 존재하는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행복이란, 지금 순간에도 주위에 있고, 슬픔과 고독 상실, 이 모든 것이 행복에 속한다는 것을 비로소 얻게 되었다. 오늘도 완존함을 꿈꾸는 내면의 불안한 존재가 산책하듯 멜랑콜리아 정원을 거닐고 있다.’ 작가의 작품과 함께 내 내면에 존재하는 우울과 불안을 털어버리듯 작품 앞에서 서성인다.


가을에는 멜랑콜리아의 기분이 밀려오기도 하는 계절이다. 이럴 때는 커다란 전시장도 좋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소소한 미술관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주변의 가까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쓰디쓴 고독에 스며들어보자. 미술관에서 가을을 사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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