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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명작에 물들다
  • 호남매일
  • 등록 2022-10-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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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가고/ 지천으로 흩날리는 꽃향기 속에서 내 작은 나릇배는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곽재구의 ‘가을의 시’ 마지막 부분이다.


가을은 바람길 꽃길 따라 걷다보면 가야 할 길을 놓칠 정도로 볼 것이 많은 계절이다.


광주에 이건희 컬렉션이 전시가 있어 시립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선선한 바람과 나무 끝에서부터 물이 들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미술관 입구에 서 있다. 가을은 어디를 가더라도 들꽃에 잠시 길을 멈추게 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미술관 입구에 가을이 들어서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2층부터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 로 문구를 읽으며 전시장으로 한발을 내딛어본다.


이건희 회장의 2004년 리움 미술관 개관식 축사 중에서 남긴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의 말처럼 이건희 컬렉션 작품을 보면서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미술관의 작품은 우리나라의 작품이 다른 나라에 팔린 작품을 다시 모았다는 것은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도슨트의 의하면 광주 시립 미술관이 개관한 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가 재벌인 삼성 이건희의 명성 때문인지, 부자는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아님 작품을 보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가장 좋은 계절에 많은 사람들이 명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3층에 전시된 박수근의 세여인, 노인들 작품은 언제 보아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바로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단순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가 보다.


이중섭의 은지화에 그려진 엽서 작품은 미디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나라 화가 중 가장 고액으로 팔린다는 김환기의 작품은 바다의 빛, 동양적인 화풍, 점을 이용한 작품 앞에서는 신안 앞바다를 만나본다. 달항아리를 유독 사랑해서인지 항아리 안에 달이 겹쳐 있는 작품은 김환기가 파리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도 좋지만 1층에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원을 빛은 권지규전’도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인 권진규전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광주 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라는 주제로 우리 옛 미술품 하나하나에 깃든 수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라는 문구로 관람객을 환영한다.


김홍도, 신윤복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만나볼 수 있다. 인왕제색도는 10월만 전시된다 하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국립 광주 박물관은 가을의 풍경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주차장부터 나뭇잎이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만나볼 수 있다.


가을 없이 가을이 가는 계절에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명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가을에는 가을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전시장을 찾아서 우리의 작품을 탐색해 보는 것도 좋다.


가을은 어디를 가나 기분이 상쾌하다. 들판을 걸어도 쑥부쟁이, 씀바귀, 왕고들빼기, 누리장 나무등 볼 것도 많고 스토리가 많은 계절이다. 그 많은 스토리 중에서 미술작품을 본다면 다양한 스토리를 만날 것이다.


좀 더 작품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도슨트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술의 깊이에 빠져 들 것으로 본다.


가을에 스쳐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눈을 씻고 다시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심코 보지 못했던 미술품과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짧다.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날이 좋아서 놓친 것들이 많다. 이런 날 잠시 시간을 내어 박물관, 미술관으로 명작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광주에 좋은 작품 전시가 많아서 많은 시민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광주가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여 함께 예술에 물들어 보자. 가을이 없는 가을에 광주, 명작에 물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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