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식 시인·작사가
세월은 점점 가속도가 붙는가보다. 갈수록 빨라진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그저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소한 일에 휘말리곤 한다. 마음이 상하여 전전긍긍한다. 시간을 낭비하고 정력을 소비하며 인생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외면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지 말아야 하지 하면서도 그게 안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이제라도 사소한 일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노력해 볼 일이다. 그러다 보면 놀랍게도 좀 더 강해지고 더욱 친절해지고 좀 더 유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숨 한번 깊게 쉬고 들여다보면 대단치 않은 일인데 곧장 흥분했음을 알 수 있다. 다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익숙한 것에 일상을 쉽게 맡기고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누군가, ‘자유로운 삶을 위하여서는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라고 했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은 다 사소한 것인지 모른다. 얼토당토 않는 일에 비난을 당하고 믿었던 친구의 아닌 모습을 볼 때는 힘들다. 그런가 하면 수시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나 작은 실수에도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우리는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완벽주의자이면서 평화로운 사람은 없다고 했다. 조금 빈 듯 살아볼 일이다. 살짝 한눈을 감고 살아볼 일이다. 알고도 모른 척 살아볼 일이다. 목숨 걸고 우길 일이 아니라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하며 슬쩍 넘어가 주는 연습도 해둘 일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은 수용하면 된다. 그것들이 나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 이상 그냥 지나가는 법을 터득한다면 우리의 여정은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거진 숲에 빈자리를 만들어 새들을 불러들이는 저 여유로운 나무들처럼.
-회심곡(回心曲 )
탐욕에 젖은 마음 오만였나, 편견였나
물빛 고와 마음 주고 향기 좇아 날았는데
구름은 시름을 얹고 제 홀로 가고있다
자르고 또 잘라도 웃자란 교만 있어
비우고 또 비워도 넘치는 허욕 있어
언제나 하늘 우러러 회심곡을 읊으랴
한 살이 살기다툼 다 두고 가는 건데
석각에 피는 노을 사슬 푸는 마음인데
제 분수 제 알았더면 길 두고 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