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MZ세대 20%는 친구가 없다. 전 세계외로움 위기 주의보’ 기사는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고립의 시대를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감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것을 알아본다고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가을의 길목에 사람들이 거리에 나섰다.
남도의 가을은 마지막을 달리고 있다. 이른 아침에 산행을 위해 도시락도 준비했다.
어린 시절의 감성을 찾고 싶어 햄도 부치고, 멸치도 볶아 반찬을 만들고 계란 후라이도 밥 위에 얹었다. 날이 추워져 뜨거운 물도 넣고 김치는 꼭 준비하였다. 그리고 주말이면 가끔씩 들리던 강천사로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단풍이 가장 절정인 시기에 남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여 들었다. 주차장에서 각 지역에서 온 버스를 보았다. 서울, 경기, 충남, 대전, 대구 등 강원도 차량만 보이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강천사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모여 들었다.
오전 8시정도 되었는데 입구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강천사에 겨울로 가는 가을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아침부터 친구, 연인, 가족 등 붉은 단풍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 가을이 닮아 있다. 강천사를 향해 걷는 사람들 속에서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걸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잘 걷지는 못하지만 단풍잎이 곱게 물든 가을을 만나고 싶어 어려운 걸음을 선택하신 분에게 마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강천사 구장군 폭포에 이르러 혼자서 사진을 찍으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청년세대들에게는 사진 찍어 드릴게요.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만 혼자서 사진 찍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 “찍어 드릴까요?” 했더니 흔쾌히 스마트폰을 주신다.
서울에서 오셨다기에 다시 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여러 장의 사진을 담아드렸다.
길을 걷다 보니 삼삼오오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필자도 그 곁에 잠시 자리를 마련하였다. 잠시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검색했더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산길에서 정체가 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 사회적 거리두기, 야외에서 마스크 쓰기가 풀려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왔다. 또한 펜데닉 상황에서 오래된 고립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고립의 시간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인 고립의 상황은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고립의 시대 저자인 노리나 허츠는 영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예전에 비해서 상담학생들이 외로움에 대한 호소를 하였다고 한다. 세계화라는 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시기에 전염병이 휩쓸고 간 이후, 경제의 양극화는 소외되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고립, 외로움이 후폭풍이 밀려들고 있다.
고립의 시대의 책 내용은 오랫동안 우리 안에 갇힌 생쥐가 친구 생쥐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질문에 고립된 생쥐는 침입자를 잔인하게 공격한다고 한다.
이에 노리나 허츠는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은 소통 본능을 잃은 ‘외로운 생쥐’ 처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노리나 허즈는 인터넷 기술을 통한 비대면 기술 선진국 한국은 외로움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소외와 배재, 극단주의 사회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고립과 외로움의 사회는 서서히 우리 사회를 파편화된 사회로 만들어간다. 노리나 허츠가 한국을 외로움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 하지만 한국은 오래전부터 정을 나누는 사회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나눔이 있으며 청년들은 “니 아버지 뭐하시노” 사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문화는 서로를 걱정하며 마음을 읽어주는 사회다.
고립의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 인간은 외로운 사람이 외롭다는 것을 알아보는 미덕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민족이다.
마스크를 벗고 산을 걷는 사람들, 자연이 준 선물인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은 서로 공유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공동체 사회였다. 고립된 사람도 끄집어내는 마력이 있었다. 이제 고립의 시대를 벗어나려면 그 마력을 다시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