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식 시인·작사가
몇 해 전만 해도 연휴나 방학이면 공항은 북새통이었다. 아니 성수기가 따로 없었다. 살기가 나아지면서 우리의 삶의 장이 세계화되었다는 뜻이다.
세계 어딜 가나 ‘안녕하세요.’ ‘빨리빨리’를 외치며 우리의 마음문을 두드린다. 어찌 자랑스럽지 않은가, 우리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낸 값진 보상인 걸.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부러움이다. 건강과 시간 그리고 물적 심적 여유를 가진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위하여 있었던 자리를 잠시 놓고 떠나는 것이라 했다.
인생은 누구나 나그네로 한 길을 간다.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잡이도 없고 쉼터도 없는 초행길이다.
그러기에 어디를 가느냐? 보다 어떻게 가느냐? 가 중요하다. 무엇을 보며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느끼느냐? 가 중요하다. 그래서 보다 낳은 삶을 위해 저렇게들 털고 나서는 것이 아닐까?
또한, 여행은 같음을 탈피하여 다름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나서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일탈행위라 하겠다.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을 때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감동은 새로운 삶의 씨알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움 속엔 신비가 있다. 새로움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과 두려움은 여행의 생명력이다. 삶의 의욕을 충동하며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어제 같은 삶은 지리하고 진부한 삶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하여 일상을 떠난다.
자신을 관조하며 추스르고 충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도약을 다짐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그간에 어찌 살아왔는가? 돌아보며 긴 호흡으로 살라는 교훈도 얻게 된다.
그러기에 내일을 어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관광이나 쉼의 차원을 넘어선 보다 힘찬 발걸음이 약속되어져야 한다.
여행은 무엇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이며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 여 행
제 온 길 돌아보는 맘 다짐의 자리란다
새 삶을 약속하는 질정의 자리란다
우러러 두 무릎 꿇고 하늘 보는 자리란다
매 바삐 달려온 길 가시밭길 뿐였겠나
칼벼랑 구릉지나 그 너머 무지개길
빗금 친 그날을 본다. 눈물 바튼 황톳길
느슨한 마음 깃을 여미고 또 여미면서
붙안고 조아리며 쌓아 올린 바벨탑
해어름 번진 노을에 제 그림자 적신다
버거운 삶의 짐을 구름에 얹어놓고
얽혀진 인연끈은 지평에 흘려놓고
솟구쳐 하늘을 난다. 새처럼 하늘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