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 아동학대 10건 중 8건 이상이 가족·친인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드러나기 쉽지 않은 만큼, 학교·전담 공무원·전문기관 등의 적극 신고·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광주시·빛고을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최근 펴낸 \'아동학대예방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1038건이다.
이 중 825건은 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 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학대 행위자 별로는 부모 702건(85.1%),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등 대리 양육자 49건(5.9%), 타인 32건(3.9%), 친인척 30건(3.7%)으로 집계됐다.
아동이 정서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가까운 가족·친인척에 의한 학대가 무려 88.8%를 차지하는 셈이다.
훈육 또는 방임 등 가정 내 학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집안 문제\'로 여겨지면서 조기 발견과 외부 개입이 쉽지 않다.
지난해 지역 아보전에 학교 교직원·아동복지 전담공무원 등 신고 의무자가 접수한 아동학대 사례는 전체의 20.7%에 불과했다.
나머지 79.3%는 신고 의무가 없는 이들이 아동학대 사실을 발견해 알렸다. 익명 신고가 1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모 139건, 아동 본인 118건 순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광주에선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잇따르고 있다.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처벌법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20대 초반 부모를 구속, 검찰로 넘겼다.
이들은 서구 치평동 한 모텔 2층 객실에 생후 5개월 된 딸을 홀로 4~5시간 가량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8일 오전 6시 45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모텔 2층 객실에서 \'아이가 엎드린 채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부가 아이를 홀로 모텔 객실에 둔 채 자주 일하러 나간 정황을 확인, 상습 방임했다고 결론 내렸다.
광주 동부경찰도 초등학생 아들을 체벌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를 받는 친모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아들(10)을 \'훈육하겠다\'며 매를 때려 왼팔에 멍이 들게 한 혐의를 받는다.
동부경찰은 또 다른 어머니 B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
B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12)에게 매질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과거 B씨가 딸과 다투다 폭행했다는 과거 신고 내역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후속 조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A·B씨에게 각기 매를 맞은 두 아들 모두 같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해당 학교 측은 열흘여 간격을 두고 두 학생의 학대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경찰 신고만 한 뒤 집으로 돌려보내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간 분리를 소홀히 했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비단 광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대부분의 아동학대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자녀 훈육 목적 체벌에 관대하고 생계 등을 이유로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표현이 서툰 영·유아일수록 신고 의무자의 신고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보육시설 종사자, 전담 공무원들은 여전히 마찰과 해코지성 민원 등에 대해 부담을 토로하며 적극 개입을 주저하는 실정이다\"며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고, 신고의무자 보호가 법제화돼 있는 만큼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은 최소 6개월간 사례 관리, 3개월 이상 사후 모니터링 등을 해야 한다. 적어도 사례별 관리 기간 중에는 지자체·경찰 담당자가 바뀌지 않아야 연속성이 있다\"며 \"가정 내 학대 사건의 개입 정도·범위를 확대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 돼야 한다. 어떻게 현행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