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선암사 /순천시 제공
순천 선암사의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음이 최종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 1972년부터 태고종과 조계종의 선암사 소유권 분쟁이 70년만에 결국 대법원 판결로 태고종 소유가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등기인명의표시변경등기말소’ 소송과 ‘차 체험관 건물철거 등’ 소송을 모두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조계종이 상고한 것에 대법원은 “상고 이유의 주장이 이유없고, 고법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법이 지난 7월 순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고 판결 한 뒤, 조계종은 8월초 대법원에 상고해 상고 이유서 등 각종 자료를 제출했고 심리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상고 이유 등 법리검토를 개시해 지난 17일 심리불속행기각을 결정했다. 이는 더 이상 선암사와 관련한 소송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며, 원심인 광주고법의 판결이 정당해 심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리불속행기각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심리불속행 처리 결정이 나면 선고 없이 간단한 기각 사유를 적은 판결문만 당사자에게 송달된다.
광주고법은 지난 7월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실체가 없다”며 원고 측(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의 주장을 ‘각하’해, 결과적으로 조계종이 대법원 상고조차 어렵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선암사는 그동안 조계종 소유이면서도 점유권은 태고종, 재산관리권은 순천시가 갖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중창불사가 답보상태에 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선암사는 실체적으로, 법적으로 완전한 태고종 종단 소유로 인정받게 됐다.
선암사는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일승(일본 승려)을 본따 가정을 가지고 사는 승려들은 모두 사찰에서 나가라’는 유시를 내리면서부터 비구·대처승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1962년 통합종헌에 따른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산하 사찰로 등록을 완료했다. 이후 통합종단 조계종 참여를 거부해 온 선암사 스님들은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 설립되자 1971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보존 등기를 진행했다.
이에 맞서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선암사 주지였던 윤모 스님은 1972년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문화공보부장관의 사실증명원을 토대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 이후 선암사는 등기부상의 소유권자인 조계종과 실제 점유권을 가진 태고종이 수시로 충돌하면서 양측간 폭력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선암사는 태고종 종단 내 유일한 교구본사급 전통사찰로서 새출발할 수 있게 됐다.
/순천=조순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