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작년 이맘때쯤에 맨드라미 꽃씨를 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씨앗을 손에 담았다. 올해 그 씨앗을 시골집 마당에 뿌렸더니 봄에 싹이 나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예쁜 꽃밭을 만들어 주었다. 맨드라미 꽃은 겨울이 되어 차 한잔으로 다가와 따스함을 안겨 주었다.
‘그림책과 놀자’는 광주 여성단체 회원들의 역량 강화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 마음 근육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그림책과 만나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의 의미를 발견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웃고 울며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꽃씨 같은 글을 모아 아름다운 꽃밭을 만든 광주 여성단체 회원들은 그림책과 소통을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은 숭고한 여정이었다. 한분 한분의 원고를 읽으며 정성을 다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라는 주제로 글쓰기 제목을 선정하였다. 그동안 육신의 안에서 맴 돌던 엄마를 끌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글쓰기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엄마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의 이름으로 살다 가신 우리 엄마, 원 없이 불러보고 싶은 단어 엄마,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신 나의 어머니, 내 엄마, 지는 해도 아름답다, 아흔의 우리 엄마, 어린시절의 추억, 그리운 어머니, 삶의 축복, 엄마의 기도, 셋째딸 등 엄마의 기억이 생생한 글을 읽으면서 같이 울고 웃었던 일상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여행가는 날’ 그림책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였다. ‘여행가는 날’ 그림책은 할아버지 댁에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데려갈 혼령이었다.
혼령과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먼저 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물건을 준비한다.
마지막 이승을 떠나기 직전 혼령이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그런데 먼 길 떠나는데 슬프지 않으세요.” 할아버지는 “슬프긴 먼저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남아 있는 사람들이 슬퍼할까봐 그게 걱정이지” 하는 말에 눈 시울을 붉혔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그림책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추억의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많은 음식이 있고 산해진미가 있어도 어린 시절에 먹었던 김 한조각의 맛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유년 시절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림책을 만나서 그림책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감정이 격해져 거부하기도 하고 다시 그림책과 화해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소통의 시간을 나누면서 감정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이 풍요로웠다는 분, 몸치였던 몸을 움직이면서 춤을 추는 과정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다는 분, 그림책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즐거웠다는 분, 함께했던 나날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림책과 놀자 프로그램은 그동안 여성 교육의 역량을 강조하신 여성단체 협의회 곽선희 회장의 열정으로 시작되었으며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 사무총장, 간사의 역할이 다해 모두가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하는 시간이었다. 여성의 역량은 학습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철학은 광주 여성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을 것으로 본다.
문화기행 시간에 자연을 보고 감탄하며 길을 걷고, 서로의 마음을 여는 시간에서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기행에서 길을 걷고, 자연과 대화라며 소통하는 시간에서 만났던 경험도 글로 남겼다.
공부도 좋지만 하루 정도 시간을 낸 문화탐방 시간은 수학여행을 간 것 같다며 모두 즐거워했다.
문화기행을 다녀왔던 경험을 글로 남긴 내용을 보니 자연을 노래하는 내용이었다. 늦가을여행이라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며 자연을 노래한 회원들의 글은 소풍은 우리에게 필요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땀 한땀의 정성이 가득 찬 글이 지면을 통해 그동안 소통하고자 하는 분들께 안부를 묻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를 그리고 숭고하게 살았던 여성의 삶을 열정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광주여성들이여, 그러니 부디 충만하길 바란다.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에 책이 되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한 분, 한 분의 글을 모두 환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