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본다.’ 이해인 수년의 ‘겨울편지’ 시 한 부분을 읽어본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으며 세 편의 겨울편지를 써본다.
첫 번째 편지는 귤을 보내온 교수님께 편지를 남긴다. “귤은 잘 받았습니다. 올해 귤은 작년 귤보다 더 알이 굵고 달콤한 맛을 담고 있었습니다. 남쪽 햇살을 듬뿍 머금은 귤을 한입 베어먹은 순간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습니다. 한 해 동안 애쓰신 정성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먼저 앞섭니다. 친환경으로 귤을 키운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삼 년 전부터 만들어 두었던 퇴비 거름을 많이 주었더니 알도 굵고 단맛이 더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제주도의 햇살을 가득 담은 귤을 이웃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귤을 나누어 주며 제주에서 보내온 친환경 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해 정성껏 농사를 지어 나눔의 사랑을 베풀어준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첫 번째 편지를 마친다.
두 번째 편지는 김치를 보내온 벗에게 편지를 쓴다. “친구야 네가 사는 그곳에도 겨울로 가득 차 있지. 보내준 김치는 잘 먹고 있단다. 올 고추 농사가 잘 안되어 김치를 담글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우리 집까지 김치가 오게 되었다니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9월에 배추를 심고 아침마다 벌레를 잡으며 정성을 다해 키운 배추가 튼실하게 컸다고 사진까지 찍어 보내주어 배추를 같이 키우는 줄 알았단다. 올해는 김치를 시원하게 담기 위해 생새우를 더 많이 넣어야겠다며 새우를 사러 바다까지 다녀왔다지. 멸치 액도 넣고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무를 김치 사이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단다. 올 김치는 그래서인지 시원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어. 김치를 입안 가득 넣고 너를 생각했단다. 입안에 김치가 가득 찬 것만큼 감사한 마음이 먼저 찼지. 텃밭에 배추를 조금 남겨두었다고 했어. 그리고 볏짚을 배추 위에 올려놓았다고 했어. 겨울 동안 배추가 잘 견뎌 봄동 나물을 먹을 생각하니 벌써 2월이 기다려진다.”
세 번째 편지는 유자차를 보내준 벗에게 쓴 편지다. 세월이 묵어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벗은 겨울이 되자 유자차를 보내주었다.
유자는 광주에서 살던 동생이 고흥에 내려가 유자 농사를 지어 겨울 소식을 전해준 것이었다.
“보내준 유자는 잘 받았다. 샛노란 색을 품은 유자향이 뚜껑을 열자마자 풍겨왔어. 올해는 남쪽의 햇살을 가득 담은 과일을 받으니 내 삶도 노란 햇살을 담아서 행복해지겠지. 유자를 깨끗이 씻어 송송 썰어 하얀 설탕에 비벼서 저장해 두었다가 노란 액이 유리병에 스며들 무렵에 보내주어 고맙다. 유자차를 먹고 올 감기도 이겨내겠지. 유자 향이 좋다. 너의 새하얀 손이 노란 유자를 잡아 송송 썰 때 햇살도 같이 부셔지는 너희집 마루가 생각난다. 유자차 맛이 좋다. 설탕이 적당히 들어가서인지 단맛도 잘 베였구나. 동생이 유자 농사를 짓는다고 고흥으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던 너의 모습이 기억난다. 삼 년도 되지 않아 유자 재배 정착을 한 동생이 대견하다며 칭찬을 했지. 유자차를 보내줄 때 싱싱한 유자도 같이 보내주어 유자 빛 색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며 겨울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안겨주어서 고마워. 가슴 시린 날은 유자차로 마음을 달래며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며 시린 마음도 사라질거야.
세 편의 짧은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고맙다는 말을 먼저 생각해 본다. 1년 동안 부지런한 사람들의 향기를 맡으니 새해에는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편지를 쓰면서 겨울 동안 베란다에 귤, 김치냉장고에 김치, 냉장고에 담긴 유자차를 먹을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성을 들인 수확의 과정을 이야기를 평소에 들었던 이야기가 나에게 오는 사연을 알게 되니 더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겨울편지를 쓰며 눈이 내리는 겨울을 그리워한다. 남도에는 아직 눈 소식이 없다. 하얀 눈이 장독대 위에 나무 위에 소복이 쌓이면 또 하나의 겨울 이야기를 만들겠지. 십이월에 하얀 눈 위에 편지를 쓴다. 겨울편지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흔적으로 남아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