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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치유하겠습니까?
  • 호남매일
  • 등록 2022-1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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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눈이 내립니다. 하얀 눈이 내립니다. 우리 마을 호수공원에 하얀 눈이 나무와 풀을 감싸 안았습니다. 가끔은 하얀 세상이 좋습니다.


아름다운 호수공원을 오랜만에 걸었습니다. 1년의 삶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1년이었습니다.


12월입니다. 나눔이 필요할 때입니다. 물질적인 나눔도 좋지만, 물질이 없다면 따스한 마음을 나누어야 할 시기입니다.


하얀 눈 위에 편지를 써 봅니다. 눈 위에 쓴 편지는 금세 지워집니다. 눈 위에 쓴 편지는 그대에게 가지 못하니 가슴에 묻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10년 만의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무슨 일이지? 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정년 후 음대를 다녀 성악 발표회를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악기가 아닌 노래 발표를 하신다고 다시 성악공부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공연한 날 수업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지만 성악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선생님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졸업 발표회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힘이 넘치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도전하는 당신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완도에 다녀왔습니다. 완도는 어느덧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변해 있었습니다.


완도를 넘어 고금도를 지나 약산에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치유의 숲이 있습니다. 동백나무 숲을 걸으며 그동안 홀로 세월의 무게를 견딘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무를 통해 재발견합니다.


약산 치유의 숲 센터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선생님 말씀이 오랫동안 기억이 남습니다. “누가 누구를 치유하겠습니까? 자신이 치유하는 거지요. 여기 먼 곳까지 와서 치유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쉽게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가까운 가족과 말입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열기도 합니다.”


치유프로그램 선생님이 “누가 누구를 치유하겠습니까?” 말씀에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타인을 교육한다며 교만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날마다 배움의 연속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필자의 수업을 들었던 어르신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분들은 항상 배움의 시간을 주셔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공부하시는 분들의 하해와 같은 마음이 먼저였던 것을 약산 치유의 숲에서 배우고 갑니다. 자연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에 감탄하나 봅니다.


완도 방문하는 날, 두 분의 리더를 통해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은 우리 동네 동장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어른이었습니다. 밝은 에너지로 먼저 보여주시고 역동적인 교감을 주셔서 모두가 친구 같은 마음으로 문화 탐방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은 지역사회 보장 협의회 회장님입니다.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일부러 하얀 옷을 입고 오셨다면서 밝은 기운을 보여주시는 리더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리더들이 많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완도 명사십리 바다에서는 모두가 아이였습니다. 하얀 모래밭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자 모두 바닷가로 달려갔습니다.


하루 일정에 시간이 부족해 테크길만 걷자고 하였는데 바다를 보니 어린아이가 되어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놀라움입니다. 바쁜 어른이 되어 일상을 살다가 자연을 만나니 모두가 아이가 된 것입니다.


교수들이 선택한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습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는 뜻입니다.


전국 대학교수 설문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수들 각자의 해석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과이불개의 뜻을 읽으며 나라의 리더가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인지, 아님, 잘못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것인지, 참 난감합니다.


도전하는 당신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소시민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반성하며 삶에 충실합니다. 이러한 분들이 많으니 세상은 돌아가겠지요.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치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삶은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도 알고 반성하며 타인의 삶도 응원해 주는 삶, 그게 바로 잘 사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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