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안 타도 도움 절실한데…이젠 택시 잡기도 힘들 것 같아요.\"
광주에 사는 선천성 지체 장애인인 이형일(47)씨는 20일 광주시가 내년부터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 전용택시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한 데 대해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휠체어를 타지는 않지만 팔·다리를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 장애인 단체 활동가로 일하면서 매일 같이 비휠체어 전용 택시를 이용하곤 했다. 계단 이용과 환승이 어려워 버스는 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씨는 전용택시에 대해 \"마음 놓고 탈 수 있다\"고 평했다. 기사가 승·하차할 때 부축하거나 안전띠 착용 상태 등을 꼼꼼히 살피기 때문이다. 영업용 택시와 달리, 안정적인 탑승 자세가 흐트러지 않도록 주행 속도를 낮추기도 한다.
이씨는 비휠체어 장애인 전용 택시가 사라지면 당장 안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차에서 내릴 때 비장애인 승객보다 몇 분이 더 걸린다. 일반 영업용 택시에서 내리는 데 급히 출발해 하마터면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용택시 기사들은 장애인들이 겪는 고충을 알고 충분히 도와준다. 겨울철 빙판길·빗길 등 거동이 불편할 상황 같으면 하차 직후에도 먼저 나서 부축을 해주기도 한다. 승객으로 익숙한 장애인을 편견·거리낌 없이 대한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용택시는 장애인 승객만 탑승할 수 있어 배차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승차 거부도 없다.
이씨는 \"일반 영업용 택시는 수익을 내려면 부지런히 운행해야 한다. 승·하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애인 승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병원 진료 뒤 신발 신는 데 애를 먹어 5분 늦게 나갔더니 그새 택시가 근처 다른 승객을 태우고 가버린 경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호출 배차 시 일부 금전 지원만 받는 바우처 택시는 장애인 승객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이용 편의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그동안 전용택시를 이용한 주변 사람들 모두 걱정이 크다\"고 걱정했다.
당장 내년부터 운영 중단하면서 의견 수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일부를 빼면 실수요자인 우리는 전혀 몰랐다. 전용택시 기사들조차 미리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추진해야 하느냐\"며 \"시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 3~6개월 만이라도 제도 유예기간을 두고, 대안인 바우처 택시 기사 인식 교육 강화 등 보완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는 현재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전용 승합차(116대),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 전용 택시(임차 택시·89대), 바우처 택시(100대) 등을 운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 중인 비휠체어 전용택시는 비장애인 승객은 태우지 않는다. 시는 개인 택시 기사와 1년 단위 임차계약을 체결, 월 280만 원을 지원한다. 해당 택시는 이용 요금도 따로 받는다.
그러나 전용택시 기사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 퇴직금 지급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비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면 일정 경비를 지원하는 \'바우처 택시\'를 250대까지 확대키로 했다.
/천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