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급생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괴롭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가해 학생 6명 중 5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2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선고받은 A(18)군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을 선고받은 B(18)·C(18)군에 대해서도 징역 장기 1년 6개월·단기 8개월~1년으로 감형했다.
D(18)군에 대해선 공동폭행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원심과 같은 징역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E(18)군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1심에서 징역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은 F(18)군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나 관련 민사소송에서 일정 금액을 각각 공탁한 점,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 광주 광산구 모 고등학교 교실·체육관·급식실 안팎에서 동급생을 여러 차례 때리거나 괴롭혀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 동급생의 목을 졸라 고의로 기절시킨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거나 동급생을 깔아뭉개기도 했다. 당시 특정 가해자는 동급생의 목을 조르면서 \"기절할 거 같으면 말해 달라\"며 악랄하게 괴롭혔다.
특히 A군은 동급생의 옷을 벗기려 하거나 사인펜으로 얼굴에 낙서하며 괴롭혔다. 욕설과 함께 동급생의 뺨과 어깨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렸고, 다른 친구에게 \"맷집이 좋다. 때려보라\"고 강요했다.
A군은 동급생 목에 올라타 4층에서 1층 급식실까지 가게 한 뒤 조롱하거나 장난이라며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B군은 동급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발언을 반복하거나 주먹질했다. C군도 동급생에게 강제로 춤을 추게 하거나 빵을 사오라는 등의 각종 심부름을 시켰다.
A·B·C군을 비롯한 가해 학생들은 격투 기술을 사용하거나 동급생의 급소를 때리는 악행을 반복했다. 차렷 자세를 시킨 뒤 정강이를 마구 차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남자들 사이의 장난·놀이\'라는 핑계를 대며 울면서 고통을 호소한 동급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29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피해 학생의 유족이 학교 폭력 피해 의혹을 제기해 수사가 이뤄졌다.
유족이 제출한 동영상엔 가해 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피해 학생을 고의로 기절시키는 장면이 담겼다. 교내 전수 조사를 통해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이 수사를 받았다.
이러한 범행 전반을 목격한 학생들은 \"동물을 대하듯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1심은 \"가해자 중 일부는 피해자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념을 과시하기 위해 지속·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는 결국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장난·놀이였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 죄질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1심은 \"특히 피해자는 체격이 좋았는데도 착하고 온순했다. 늘 밝은 표정으로 친구와 가족을 위했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유족의 아픔과 고통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범행 경위·수법·횟수·죄질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천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