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화훼단지에서 한 꽃 소매상인이 꽃을 고르고 있다. 2023.01.09.
9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화훼단지. 차가운 물이 담긴 양동이 속 꽃들은 형형색색의 모습을 뽐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식 대목을 위해 화훼단지를 찾은 소매 상인들은 진열된 꽃을 유심히 살폈다. 졸업식에 빠지지 않는 인기 품목인 장미와 안개꽃이 소매 상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단조로운 붉은색 장미보다 선명한 분홍색을 자랑하는 장미꽃이 인기가 높았다.
한 소매 상인은 분홍색 장미꽃 한 단의 가격을 물으며 도매상과 흥정을 시작했다.
도매상은 \"싸게 드리고 싶은데 저희도 힘들어서…\" 등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는 답을 반복했다. 수많은 소매 상인이 화훼단지를 거쳐갔지만 도매상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지 않았다.
광주 지역 생화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곳 화훼단지에는 도매상 20여 곳이 입점해있다.
졸업식과 어버이날 등 꽃 관련 특수 철마다 붐비던 곳이지만, 도매상들은 코로나19 확산기를 지나며 매출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졸업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형태로 열려 대목이 예상됐지만, 생화 가격은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농가가 부담하는 생산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면서다.
북구 망월동에서 비닐하우스 10동을 운영하는 한 화훼농가의 경우 재작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난방비 명목으로 쓴 등유 비용만 2500여 만 원에 달한다. 등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받아 4000여 만 원을 투입, 전기 난방 시설로 모두 교체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농업용 전기세가 올라 등유 난방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설상가상 금리도 올라 시설 투자비에 쓰인 대출 원금을 갚는 일도 힘에 부친다. 튤립 등 전량 외국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구근 작물 값도 운송비가 늘었다.
농가의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화훼단지 내 장미꽃 한 단 가격은 1만3000원~1만5000원 선으로 껑충뛰었다. 이는 평소 7000~8000원에 비해 약 1.5배 뛴 가격이다. 졸업식이 몰려있던 지난주는 장미꽃 한 단에 2만~3만 원에 거래됐다.
도매상들은 주고객층인 소매상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실상 \'출혈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도매상 이모(53·여)씨는 \"그간 소매상을 운영하다 지난해 5월 도매상으로 전환했다. 당시부터 보전해온 수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꽃 가격을 조금 더 올리고싶은데 천정부지로 뛰면서 그럴 수 없다\"며 \"출혈을 감내하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도매상 성모(55)씨도 \"수국 등 겨울에 보기 어려운 꽃들로 매대를 꾸리면서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어렵다. 기본 매출을 책임져주는 장미 가격이 폭등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라며 \"대목이 지나서야 꽃값이 안정될 것 같다. 십 수년 째 꽃을 파는데 올해가 제일 어렵다\"고 토로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을 노리고 방문한 개인 손님들도 소매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돌아선다는 하소연도 잇따랐다.
꽃다발 포장 서비스를 하고 있는 양모(54·여) 씨는 \"옛 졸업식 대목철에는 개인 손님들이 도매상을 찾아 직접 꽃을 사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며 \"돌아오는 5월 가정의 달 대목도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조차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