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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 호남매일
  • 등록 2023-0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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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겨울비가 내리는 날에 양림동 길을 걷는다. 높다란 아파트 벽을 보다가 낮은 담장을 보면 걷는 길이 좋다. 골목의 추억을 지니고 있던 어릴 적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양림동 길은 어릴 적 사라져버린 추억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언제나 정겹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동산에서 게스트하우스에 전시된 양나희 작가의 전시를 보았다.


여러 작품 중에서 ‘집으로 가는 길’ 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별빛 아래 있는 마을에 엄마 집이 보인다. 이 고개만 넘으면 집으로 간다. 어두운 밤하늘의 별들이 환하게 반짝인다. 집으로 간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엄마가 계신 집으로 간다.


양나희 작가는 골판지를 이용해 밑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채색을 더한다. 골판지는 택배 상자에서 찾을 수 있다. 택배 상자는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으로 사용된다.


사용된 후면 버려진다. 그 버려진 존재는 쓸모없는 것이다.


양초롱 미술사가에 의하면 “쓸모없는 것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의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그것에 있다. 쓸모없는 것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다.” 양나희 작가의 골판지를 이용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며칠 후면 명절이 다가온다. 쓸모있는 자식, 쓸모없던 자식이라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특히 타향살이하는 자식은 부모님의 그리움은 배다. 고향 갈 가방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올 명절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이런 일 저런 일로 인해 부모님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큰데 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가족이 있는 집은 기쁨과 상처가 공존하는 곳이다. 기쁨과 상처는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모든 자식이 한없이 그립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지만 자식의 입장은 집에 대한 생각과 깊이가 다르다.


집으로 가는 길은 때로는 힘들 때가 있다. 살다가 자신을 보여주기 싫을 때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때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 서성거린다. 밤새 달과 함께 어두운 밤을 지새운다. 밤새 달이 두 눈으로 들어와 그 빛을 찾아 새벽까지 함께 한다.


달과 함께 한 밤이 많다는 것은 삶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상처 난 삶이 있다면 별빛을 찾아가는 경험을 쌓아보자.


‘집으로 가는 길’ 작품을 보다가 존재와 부재 경계에 서 있는 한 남자의 회고록을 보게 되었다.


엄기용 사진작가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눈물겨운 고백이 담긴 포토 에세이집이다.


‘원망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유년의 집은 작가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외로운 공간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가 그리움이 되어버린 시간을 조우한다.’ 글을 보면서 집은 가족 간의 삶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릴 적 학교 갔다 오면 나를 품어주던 따스한 품속으로 간다. 그러나 몇 번이나 그 집을 배회한 적이 있다. 그날은 시험을 망친 날이다. 엄마에게 혼이 날까 봐 집 주변을 돌고 돌다 엄마 목소리를 듣는다. “안 들어 오고 뭐하냐?” 이제는 혼낼 엄마가 없는 집으로 간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는 이제는 회초리 대신 별빛으로 나를 인도하신다. 오늘 밤에도 별빛은 집으로 이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양나희 작가의 작품 앞에서 “엄마” 불러 본다. ‘집으로 가는 길’ 그림속으로 들어가 어둠이 내리는 언덕에서 길을 걷는다. 별빛이 내리는 저녁 무렵 길을 걷는다. 엄마의 집에만 불이 켜져 있다. 그 빛은 기다림의 빛이다.


별빛이 아름다운 밤길을 걸어 엄마의 집을 향해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엄마의 집은 하늘나라다. 그래도 간다. 걸어간다.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간다.


마음이 따스하신 분께 양나희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 그림을 톡으로 보내드렸다. “고맙습니다. 해가 지면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있음에 얼마나 다행인지요?” 라고 답이 왔다. 그렇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가자 가자 가자/ 집으로 가자/ 명절이다. 엄마를 보러/ 집으로 가자./ 명절날 떡국은 /내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날, 가자 가자 가자/ 집으로 가자/ 나를 찾으러/ 집으로 가자. 윤동주 시인의 ‘숲으로 가자’ 를 집으로 가자로 바꾸어 본다.


별빛이 빛나는 밤에 불빛이 켜져 있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존재와 부재의 경계에서 나를 찾는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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