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예·적금 규모가 31조 가량 늘어난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시중 통화량도 6조원 가량 감소하면서 9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2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1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779조원으로 전월대비 6조3000억원(0.2%) 감소했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오다 9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4.5%로 전월(5.4%)에 비해 둔화했다. M2는 2021년 2월(13.2%)을 정점으로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데,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째 한 자릿수 증가하고 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금융 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31조6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전월(58조4000억원) 보다는 증가폭이 큰 폭 축소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은 17조3000억원 줄어 들며 역대 두 번째로 큰 폭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은 전달 기록한 -19조1000억원이었다.
2년 미만 금전신탁도 연말 자금수요와 수익률 하락 등으로 14조5000억원 줄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도 10조2000억원 감소했다. 전월 감소폭(13조8000억원) 보다는 감소폭이 축소됐다. 요구불예금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은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닌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안전자산 선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으로 자금이 옮겨갔다는 의미다.
김지은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과장은 \"금리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예금에서 돈을 빼 금리가 더 높은 정기예적금으로 시중자금이 옮겨 간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2월의 경우에는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아 증시로 유입되는 \'머니무브\' 보다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나타났다\"말했다.
한은은 1월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예적금에서 돈을 빼 위험자산인 주식 등으로 옮기는 \'머니무브\'가 나타났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1월에는 국내 증시 호조로 예적금에서 돈을 빼 주식 등으로 돈을 옮기는 \'머니무브\'도 이어지고 있는 등 이번 달 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기예적금이 늘긴 했지만 증가폭이 줄고 있고, 수시입출식예금이나 요구불예금 등 초단기 예금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1월에도 시중통화량 둔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시장 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현상 등으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11조1000억원(0.6%) 증가한 1889조9000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연말 자금 수요 등으로 18조9000억원(-1.7%) 감소한 1100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기타금융기관은 전월대비 3조4000억원(0.2%) 증가한 559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가계는 금리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등이 지속되면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한 반면 기업은 연말 자금수요와 수익률 하락 등으로 금전신탁에서 돈을 빼면서 감소 전환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전월대비 28조9000억원(-2.3%) 줄어든 123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결제성 예금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전년동월대비로는 9.0%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