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진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시장이나 마트로 장보러 가면 한숨부터 나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째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까지 많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식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기상 이변에 따른 폭염과 홍수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5.8%, 쌀과 밀을 비롯한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자급률이 92.8%인 쌀을 제외하고는 주요 식량 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식량 위기에 처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식량에 ‘안보’라는 표현으로 걱정의 시선들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낮아 식량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과장이 아닌 것이 식량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평가 지표인 ‘수입농산물 관세와 식량·안보 접근 정책’ 평가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 연속 0점을 받은 사실로도 증명됐다.
이제는 아주 작은 기후요인이나,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에도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되어버렸다.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일타강사는 “쌤이 저를 30분만 봐주셔도 5천만 원인데, 저를 왜 봐주시는 거예요? 제 엄마 도시락은 만원도 안 되는데”라고 묻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격과 가치는 다른 거잖아”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 성장은 제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 사이 농업 생산은 자원 배분의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 순위 경쟁의 밑바탕에는 가격경쟁력이라는 논리가 단단히 들어앉아 있다. 가격에 집중하는 기간 우리는 가치를 망각하고 살았다.
그러는 사이 기후 위기와 각종 분쟁으로 인해 세계 곡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었고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들어와 우리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아무리 반도체·자동차 등을 수출해 많은 돈을 번다해도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재해 당장 필요한 식량을 사올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 늦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곡물 자급률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식량 안보를 튼튼히 하고 미래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식량안보 꼴등의 성적표를 받은 우리나라, 일타강사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