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식 시인·작사가
우수도 지나고 며칠 후면 새 학년이 시작된다.
아직은 좀 쌀쌀하지만 경칩을 앞두고 별다른 추위는 없을 것 같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인 양 설렘을 안고 어머니를 따라 교문에 들어서는 귀여운 어린이들의 모습이 선하다. 곱게 자라주길 바라면서 그들의 등 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할지 몰라 동분서주하는 새내기 학부모의 모습도 보이는듯하여 그 역할을 생각해 본다.
첫째 ‘학교 공포증’은 부모님부터 버려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첫아이를 둔 새내기 학부모들은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많을 것이다. 요즈음 교실붕괴다 학교붕괴다 왕따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 증가는 부모들의 걱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것은 어린이들의 학교공포증만이 아니라 학부모의 학교공포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생각들은 학교에 대한 불신감이나 거부감으로 자녀들의 학교생활 초기의 부적응 원인이 될 수 있다.
‘너 그러면 학교 가서 맨날 혼난다.’ ‘저런 것이 어떻게 학교 다녀, 아나’ 부모가 흔히 하는 이런 말들은 아이들에게 은연중 학교나 선생님을 권위적이고 공포스런 존재로 만들기 십상이다.
둘째 ‘학교 무시·선생님 무시’도 부모님부터 버려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들면서 아예 학교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부모님들도 있다. 또 ‘너희 선생이 그러데? 뭔 선생이 그런 다냐? 그런 학교 다니지 말어’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 자녀들도 선생님이나 학교를 무시하며 적응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아이는 ‘나 학교 안 갈래’ 하거나 심지어는 선생님한테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우리 집에 갈 거야’ 하며 가는 경우도 있다. 신뢰와 존경이 없으면 학습은 땡이요, 공부는 졸업이다.
셋째 ‘학습 혐오증’을 갖지 않도록 한다.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아이들의 인지학습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에 비해 사회성이나 정서불균형이 심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습능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어려서 천재가 다 천재가 안 되며 어려서 멍청하다고 다 멍청한 것 아니듯 조금 빠를 수도 있고 조금 늦을 수도 있다.
학습은 기나긴 마라톤이다. 너무나 몰아세우고 채근하다 보면 학습협오증에 걸린다. 심한 아이의 경우 검사를 하기 위한 종이와 연필만 보고도 거부감을 보이며 아는 질문에도 ‘몰라요, 싫어요’로 일관하는데 이는 어려서부터 축적된 강요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럴 때는 당분간 부모가 학습지도자 역할을 하지 않아야한다.
넷째 학교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임을 알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들어 선 공식적인 학습의 장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연령범위도 넓다.
부모들은 학교가 학습만의 장이 아니라 시민의식과 규칙을 배우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종합적인 배움의 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만을 위하여 남을 누르고 살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학교라는 조직사회를 통하여 국가사회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살아가야 할 작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조금씩 터득하는 곳임을 알고 적응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학교는 사회생활 연습장이다.
다섯째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도록 한다. 담임선생님은 싫든 좋든 일년동안 내 자녀를 위하여 수고하실 분이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이 내 맘에 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적응이란 것은 좋은 환경보다는 아닌 환경에 적응하는 걸 의미한다. 비록 낯설지만 학교가 흥미 있고 도전해볼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사람은 만남이 중요하다. 그러나 ‘누구를 만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미움도 예쁨도 다 제게서 나기 때문이다. 내 자녀가 잘 되길 바란다면 ‘존경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해 본다.
여섯째 학교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아이와 함께 아침마다 배정된 초등학교에서 운동을 한다든지 엄마 아빠의 초등학교 사진을 함께 보며 옛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학교는 아이에게 친숙한 곳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를 다니다 보면 속상한 일도 부당한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딛고 일어서야 한다. 자랑스런 나를 위하여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꿈을 키워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심어주어야 한다.
일곱째 아동의 생활을 잘 관찰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
생활환경이 갑자기 바뀌게 되므로 신체리듬 건강리듬 생활리듬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꼼꼼히 살펴서 어려움이 없도록 챙겨 줘야한다. 개인생활중심 가정생활중심 범주에서 집단생활로 활동 범위가 확장됨에 정신적인 부담도 그만큼 커져서 당황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즉, 학교는 1차적으로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일으켜 주다보면 스스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실패한 사람 만들기를 원한다면 달라는 것을 다 주어라’는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