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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사람을 머물게 한다
  • 호남매일
  • 등록 2023-03-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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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작년 겨울이었다. 서울에서 연수를 받게 되어서 3일 동안 머물게 되었다. 연수를 같이 받는 동료가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적인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는 질문에 광주시에 산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광주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가면 광주는 광역시인데도 일반인에게 낯선 도시다.


여행을 좋아해 낯선 도시에서 사람들 만나고 스토리를 듣고 차를 마시며 풍경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


‘공간은 사람을 이끌고, 머물게 한다.’ 말이 있듯이 좋은 공간은 그 장소에서 오래 머물게 한다. 여행의 기억에서 풍경과 건축이 아름다운 장소는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여행지에 미술관과 카페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작품을 보고 나서 차를 마시는 휴식 시간은 지친 여행자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이 좋으면 오래 머물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은 시대를 품은 예술이 된다. 가끔 건축가의 책을 읽는다. 책을 읽어 보면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물을 만나게 된다. 그 건축물은 역사·문화·예술 그 시대의 삶을 담고 있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동료는 서울여행에 대한 세대 차이 이야기를 했다. 올 1월 방학 때 서울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딸 아이의 말에 그래 어디를 갈까? 질문을 통해 내심 아이의 역사 공부를 위해 궁궐, 미술관, 박물관에 갔으면 했다.


그런데 딸 아이가 제시한 서울은 들어보지도 못한 장소였다. 그곳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백화점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백화점에 성탄 트리를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넓은 공간에 대형 성탄 트리를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라와 그 공간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에 청춘들이 제일 가고 싶은 핫 플레이스는 경동극장에 있는 스타벅스, 롯데월드의 매직월드, 더 현대백화점의 성탄 트리가 꾸며진 곳이었다.


이러한 장소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라 빠른 속도로 공간을 안내한다. 현대백화점의 성탄 트리는 실내에 넓은 공간으로 사람을 안내한다. 바로 공간력이다. 실내에 넓은 공간을 통해 이곳이 밖인지 실내인지를 알 수 없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 같이 사는 이와 양림동 일대를 걸었다. 양림동의 호랑가시 동산을 걷고, 미디어아트 카페를 지나 걷는 길은 햇살이 함께였다. 주말이라 남녀노소 많은 이가 양림동 길을 걸었다.


양림동은 펭귄마을, 호랑가시, 이장우가옥으로 나누어 길을 걸었다. 양림동이 많은 사람이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낮은 담장과 골목이다. 오랫동안 아파트 문화에서 살았던 우리는 낮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고자 한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자연을 그리워한다.


양림동 마을도 낮은 담장과 옛 골목길은 길을 걸으면 지루함이 없다. 길을 걷다 보면 골목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다. 바로 골목이 주는 공간력이다. 양림동 길은 햇살이 담고 있어 봄이 주는 계절 공간이다.


양림동 펭귄 마을 골목길에 이러한 글이 있었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모두 물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순영이는 봄이 된다고 했지.” 골목길에 전시된 시를 읽으면서 어딘가에 있을 순영이를 찾아본다.


떠나온 곳이 기억에 남는 공간이었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자의 기억엔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이 기억에 남는다. 오전 11시 스산한 공기가 스며 있는 시간, 알함브라를 산책하고 난 후 노점 카페에서 마셨던 한잔의 에소프레소 커피, 알함브라의 추억과 공간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존재한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말을 했던 순영이는 어느 도시에 살아가고 있을까?


광주는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우리 광주에도 핫 플레이스 공간이 생겨 많은 이들이 광주를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했으면 한다.


광주에 사람, 풍경, 예술을 담은 문화 공간이 가득 담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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