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월요일은 빨래하는날, 화요일은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하는 날, 목요일은 바느질, 금요일은 정원 일과 같은 잡다한 일…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도 이웃의 집에서도 반복되었어요’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의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책의 한 부분이다.
20세기를 살았던 모지스 할머니의 삶은 대한민국 할머니의 삶과 다르지 않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던 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삶을 찾았다. 변화하는 사회에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실버세대는 액티브 시니어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소비생활에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노인세대’를 이르는 신조어다.
기존의 노년층이 소비에 유연하지 못한 것에 반해 소비와 문화생활에 익숙한 것이 특징으로 자신의 삶과 여가 생활을 즐기는 세대를 말한다.
시니어 전문 매거진 전성기 닷컴에 ‘나도 액티브 시니어’ 에 대한 설문지가 있다.
첫째, 스스로 나이든 ‘실버세대’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돈 좀 쓰는 소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취향이 젊은 편이다. 셋째, 나름대로 추구하는 디자인과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넷째,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 다섯째, 자신의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다.
여섯째,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 일곱째,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덟째, 은퇴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 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5개 이상 그렇다에 해당 된다면 액티브 시니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액티브 시니어를 만날 수 있다.
P여사는 주도적이며 끊임없이 배움의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일상의 삶에서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으며 작은 선물도 나눔을 통해 주변인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일에 대한 욕구도 높아 단체의 회장을 맡아 회원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여성 리더의 역할을 담당하며 한다.
P여사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멋을 아는 분으로 청년의 삶을 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다.
액티브 시니어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이는 자신을 위해서 소비를 아끼지 않으며 자녀와 후손을 위해서 시간과 경비를 투자한다. 디지털 환경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며 배달 앱, OTT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권에 든 중장년층은 문화생활, 골프웨어, 아웃도어를 포함한 패션업계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그림책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김유경 작가의 ‘따르릉 할머니, 어디 가세요?’는 마을 공동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출동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화경 작가의 그림책 ‘천하무적 영자씨’는 늙어 가는 삶에 당당하게 도전하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자씨는 나이가 들어 몸이 망가졌지만 건강한 몸으로 리모델링 하여 하루를 시작한다.
그림책 마지막 부분에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번쩍 뜨는 천하무적 영자씨’로 건강한 삶으로 액티브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림책은 그동안 모성을 자극하고 애잔한 할머니가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주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림책을 보는 독자로 더욱더 할머니를 사랑하게 만든다.
그림책을 보더라도 실버세대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이 아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삶을 넘어서 액티브 시니어로 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마을과 가족 공동체에서 노인의 역할이 아닌 어른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모지스 할머니는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까지 1600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제라도 그림을 그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나의 경우에 일흔 살이 넘어 선택한 새로운 삶이 그 후 30년간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줬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남겼다.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보더라도 삶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액티브 시니어다.
이제, 실버세대는 액티브 시니어로서 나이를 넘어서 사회의 역동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