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엄숙히 봉행됐다.
올해 추념식은 \'제주 4·3 견뎌 냈으니 75년, 딛고 섰노라\'를 주제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3년 만에 방역 제한 없이 거행됐다.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유족들을 비롯해 도민 등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제66주년 추념식부터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해 열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0분 종교의례 등 식전행사를 거쳐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서 본행사가 시작됐다. \'제주4·3 아픔이 75주년을 맞아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동백꽃이 피는 이미지를 표현한 오프닝 영상이 상영된 뒤 헌화와 분향, 국민의례, 인사말,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 공연 등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해 제74주년 추념식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추념식에 불참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추념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018년과 2020년, 2021년 세 차례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번 추념일 오후 제주를 찾아 위령제단에 참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4·3 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고 평화인권헌장과 트라우마 지표를 완성해 \'평화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가족관계 특례조항을 담은 4·3특별법 개정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설치에도 또다시 정부와 정치권이 따뜻한 관심을 가져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경과보고에서는 \'순이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작가가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표선고 1학년 학생이 미래 세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씨와 이예은 도평초교 학생이 뮤지컬 형태의 4·3 진혼곡으로 제주 4·3영령들을 추모했다.
유족 사연 낭송에서는 4·3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다른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이삼문 어르신이 직접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문화제로 열리는 식후행사는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가수 송가인·이정 씨와 테너 최승원씨가 노래하고 제주 도립무용단이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의 염원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