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식 시인·작사가
우리는 같은 0형이라서 그런지 이따금 맞선다. 주장이 강하다고 할까? 들을 때는 듣지만 아니다싶으면 톡 쏘고 빠친다. 그리고 뉘우친다.
어리석음을 탓한들 쏟아진 물인 걸 어쩌랴. 눈치를 살살 보며 기어들어 밤새 반성문을 써서 머리맡에 살짝 놓고 용서를 빈다.
밴댕이 소갈머리를 탓하며 얼마나 섭섭해 하였을까.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미운 정 고운 정이란 게 이렇게 드는구나 싶다.
아내가 밥을 짓고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앉아있기 미안할 때가 있다.
나는 행주를 빨아서 식탁도 닦고 수저도 놓는다. 함께하는 모습이 좋아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는 주기만 하고 누구는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삶은 아름답지 않다고 순간 나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가끔 부엌일을 도와달라고 나를 부른다. 내 일에 빠져있을 때에는 아니다 싶지만 노상 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함께 하고 싶어서임을 뒤늦게 깨닫고 열심히 거들기로 했다.
현직에 있을 때 일이다. 교무를 보는 후배의 통화내용은 충격이었다.
“여보! 오늘은 좀 더 진한 것(루즈)을 바르고 와. 이왕이면 당신이 돋보였으면 좋겠어. 알았지. 있잖아 지난번에 발랐던 거. 맞아 그거, 사랑해”
젊은 나이도 아닌데 많은 선생님들 계신 교무실에서. 본인보다 내가 쑥스러워했다. 어떻게 공공연히 일상처럼 저런 이야기를 할까? 이해의 끈이 짧다.
그 후 나는 한 가지 다짐한 게 있다. 전화 말미에 후배처럼 꼭 ‘사랑해’로 마무리 해보겠다고 작심을 했다. 그리고 혼자서 여러 번 연습을 하였다.
‘여보 사랑해. 00씨 사랑해’ 어린아이 말 배움이나 뭐가 다르랴. 혼자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혼자 웃기를 여러 번. 속이 울렁거림을 밀치고 연습하다 보니 차츰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 봤다.
“여보 나야, 사랑해”
“미쳤어? 별일 다 보겠네”
픽 웃는 소리가 여운처럼 들리더니 끊음소리가 들린다. 오늘 이만하면 성공이야. 다음은 또 다음은 더 쉬었다.
싫다는 말을 번번이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하기로 했다.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고 야단이지만 기분이 나쁜 건 아님을 안다.
그와 같이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면서 오늘도 끝말에 힘을 주어본다.
-연리지
연리지 부러우랴
맞물린 톱니바퀴
청실홍실 연을 섞어 꽃방석을 만드는가
윗실과 밑실의 만남 원앙침을 엮고 있다
굵은 줄 가는 줄로 갈래던 불협화음
엇박자 당긴음에 깔끔한 완전 마침
양과 음 어찌 둘이랴,
한 몸 이룬 원앙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