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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오월은
  • 호남매일
  • 등록 2023-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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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전주 수목원을 산책했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가족, 여인과 함께 우산을 받쳐 들고 수목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꽃과 나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숲은 이전에 품은 것과 새로운 식물을 담으며 사람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전주 수목원 발길이 가는 곳으로 걷는다. 수목원의 심어진 새로운 나무의 이름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부르면서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장미의 뜨락’이다. 아직은 피지 않는 장미가 빗방울에 젖어 있다. 봉오리만 담고 있는 장미정원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성거린다.


수목원을 산책하다 보니 새로운 식물을 볼 수 있다. 해마다 수목원은 나무 가족을 맞이한다.


전주 수목원에는 나무에 QR코드가 있어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은 수목원 공간에 들어와 휴식이 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숲에 들어오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편안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전주 수목원 가로수에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를 본 지인이 “올해는 이팝이 먼저 지겠네.” 혼잣말을 한다. 같이 수목원을 걷던 일행은 그 말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비가 오는 날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는 오월의 슬픔을 담고 있다.


오월은 참으로 많은 삶을 담고 있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으로서 식물이 자리를 잡고 꽃들이 만발하는 시기이며, 어린이, 부모, 가족공동체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다.


광주의 오월은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의미를 담는다. 그 시절을 겪었던 시민이라면 한쪽 언저리에 숨은 상처가 있다. 이번에 출판한 윤미경 동화작가의 ‘오월의 딸기’도 그 기억의 한 자리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우리 집 딸기밭에 딸기는 거저 열린 게 하나도 없대요. 엄마는 예쁜 딸기는 상자에 담고 나한테는 무르고 못생긴 딸기만 줘요. 그런데 올해는 엄마가 나한테도 예쁜 딸기를 많이 줘요. 상자에 가득 안 담고 내 바구니에만 잔뜩 담아줘요. 이상하고 이상했어요. 딸기가 이렇게 많은데 온 동네에 한숨 소리가 풍년이에요. 1980년 5월에 열린 그해, 딸기’ 그림책은 어린아이 시선으로 만난 1980년 광주 5월의 이야기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철에도 딸기가 나오지만 딸기의 제철은 5월이다. 노지 딸기라고 불리는 딸기는 5월에 광주 근교에서 많이 재배되었다. 광주의 오월은 먹거리에도 누구나 아픈 기억하나 가지고 있다.


오월은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각 지역 축제의 장이 펼쳐지면서 풍악을 울리고 있다. 코로나 19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꽃도 보고, 음식도 먹으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다. 축제를 즐기는 상황에서 광주 시민들은 하얀 꽃 이팝나무를 보면 또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이팝나무는 국립 5.18 민주 묘지를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팝나무는 보릿고개 시절에 쌀처럼 허옇게 피어 있어 배가 고팠던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광주 시민은 이팝나무를 보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 시절 이야기를 담는다. 이야기는 시대의 삶이며 민중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올해는 철이 빨라 꽃이 2주 정도 빨리 피었다. 봄이 시작될 무렵 따뜻해지더니 5월이 들어서 제철을 찾은 것 같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가족들이 모처럼 산책을 나왔는데 사흘 동안 내린 비로 어린이들은 푸른 들판을 뛰어놀 수 없지만, 가뭄이 해결되어 물 걱정이 줄었다. 단비가 내려 작물을 심어야 하는 농부는 1년 농사 걱정은 들었다. 비가 내려 어린이에게는 얄미운 비지만 이 비로 가뭄이 해결되어 산하를 바라보는 마음이 넉넉하다.


수목원 빠져나오는 길에 이팝나무를 다시 한번 만난다.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사잇길을 걸으며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오월에는 하얀색 꽃이 많이 핀다. 찔레꽃, 산딸나무, 아카시아 등 오월은 꽃은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 주려나보다.


광주의 오월은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 산책길에 딸기를 파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딸기를 사서 한입 베어 무니 시큼한 맛이다. “지금은 끝물이라 시큼하지” 딸기의 맛을 기억하는 지인이 한마디 한다.


오월은, 광주의 오월은 딸기의 시큼한 맛처럼 아직도 기억해야 할 그날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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