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선생님! 비 맞으시면 안 된데요”
  • 호남매일
  • 등록 2023-05-15 00:00:00
기사수정

/류 준 식 시인·작사가


오늘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의 몸을 자라게 하신 부모님이 계신다면 우리의 정신과 지혜를 키워주시고 자라게 하신 지혜의 부모님은 바로 선생님이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의 정신을 길러주신 많은 선생님들을 생각해보면서 감사하자는 날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선생님을 잘 따르고 존경하지만 혹시 나는 선생님을 거스리거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은 없는가? 나를 잘되라고 챙겨주신 꾸중을 감사함으로 받지 않고 오해하거나 반항한 적은 없는가? 반성해 볼 일이다.


스승의 날이면 나는 영락없이 어느 선생님의 다음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렸다. 이런 날이면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은 비 오는 운동장을 내다보며 아우성이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자, 우산을 가지고 오시는 어머니들이 보였다. 아이들을 집으로 막 보내려는데 인호가 비닐우산을 하나 가지고 와서


“선생님! 우산 쓰시고 가세요.”


“누가 가져 왔니?”


“어머니가요. ‘선생님! 비 맞으시면 안 된데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후에도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인호에게서 비닐우산을 받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비 맞으시면 안 된다”는 말도 어김없이 들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살림을 꾸려가기가 힘드시다는 인호 어머니, 자녀에 대한 가르침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나는 인호 어머니와 대화할 시간을 가졌다.


비가 올 때마다 우산을 챙겨주심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 아이에게 ‘존경’이라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어요. 선생님을 존경하여야 지(인호)가 잘 될 것이 아니겠어요. 앞으로도 비록 비닐우산이지만 꼭 받아주세요.” 하신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인호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자식 교육에 대한 넓은 식견이 존경할만하고 그 가르침이 훌륭함을 깨닫게 된다.


모든 부모는 인호 어머니가 되고 모든 학생은 인호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선생님! 비 맞으시면 안 된데요.” 인호의 음성이 나직이 들려온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