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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그림과 함께 하는 여행
  • 호남매일
  • 등록 2023-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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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호퍼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기차역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스산한 공기가 머물러 있는 시간, 커피 한잔을 들고 많은 사람 속에 서 있다. 낯선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군중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며 호퍼의 그림을 생각한다.


‘293호 열차 C칸’ 1938년 작품의 여인은 블루색 원피스와 모자를 쓰고 팜플렛을 보고 있다. 밖은 어두운 밤이다. 이 여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홀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그녀를 생각하는데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기차에 오른다.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닌 둘이다. 일행과 함께 기차에 앉아 각자의 생각 속으로 떠난다. 기차는 풍경을 비켜 가고 들판은 갈 봄 없는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5월의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기차가 스치는 산은 하얀 꽃이 많다.


호퍼의 작품은 홀로 낯선 도시에서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에드워드 호퍼가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여름 끝자락까지 전시가 열린다고 한다. 가장 좋은 5월에 전시예매를 했다.


서울행 기차를 타기 전 커피를 파는 곳에 들러 한잔의 아메리카노를 사들었다. 카페 앞에서 시켜 놓은 커피를 기다리며 호퍼의 ‘자동판매기’ 그림을 생각했다.


이른 아침은 따뜻한 커피를 들고 아담한 카페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좋은 시간이다.


그동안 호퍼는 글과 그림으로만 만났다. 직접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풍경, 인간을 탐색한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화가가 좋아하는 장소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기만의 화풍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에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현대인의 내면의 고독한 모습과 풍경이 공감과 위안을 주어 오히려 외로움을 이겨내게 한다.


전시회에서 재미있게 관찰한 것은 에드워드 호퍼 전시에 감각 공간 연출이다. 뉴시스 기사에 의하면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에 호퍼 작품 특성과 전시공간을 팬톤 페인트 순&수 올 커버 제품을 공간 연출을 위해 멀티제품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림 전시를 볼 때 전체적으로 안정되며 호퍼의 그림 이미지와 맞아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호퍼의 작품은 현대인과 많이 닮아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신과 감정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집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호퍼의 그림에서 주는 색은 어두운 곳과 밝은색 대조의 빛을 통해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의 대표적인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어둠과 실내의 노란색의 빛의 대조는 존재하는 공간에서 현재의 감정에 따라서 다양한 풍경이 연출된다.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 은 허름한 방에 서 있는 여인이다. 적당히 널어진 피부가 고단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림자로 비추어진 다리는 가느다랗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밖을 바라보는 여인은 ‘이제 어디로 가지?’ 고민하며 밖을 바라본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빛을 향해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당당하게 보여 위로가 된다.


호퍼의 그림과 함께 상상 여행을 떠나본다. 기차를 타고 낯선 카페에서 홀로 차를 마시며 허름한 방을 구하고 내일을 계획해 본다.


이번 전시회에 만나지 못한 1951년작 ‘바다 옆방’ 그림을 통해 여름 바다 여행을 꿈꾸어 보기도 한다. 방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 시원한 맥주도 한잔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책을 실컷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그림을 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오는데 바람이 분다. 함께 한 일행과 길 위에서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을 만나본다. 걷다가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낯선 서울에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어 본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관을 나오면서 호퍼의 그림에 많은 영향력을 준 사람은 평생을 함께 한 부인 조세핀이다.


호퍼의 길동무는 부인이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길 위에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사랑은 같은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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