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우리는 매일의 일과 속에서 세상과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소통의 시작은 눈 맞춤이다. 엄마는 끊임없이 영아에게 질문한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은 ‘엄마는 말을 못 하는 영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까꿍, 까꿍 누가 그랬어. 까꿍, 까꿍 누가 그랬어.” 눈 맞춤의 과정에서 영아는 엄마(양육자)를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이처럼 양육의 과정에서 신뢰를 배운다.
교육현장에서 유아에게 교사는 끊임없이 눈을 맞추어주고 소통의 세계로 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안내한다.
학생이 실습 갔다. 학교가 텅 빈 느낌이다. 실습하는 학생이 전화가 와 현장이 힘들다며 학교 다닐 때가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하소연을 한다.
학생들의 현장 실습을 생각해 보니 현장에서 교사로 살아갔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
교육현장에서 “선생님” 유아가 불러 주었을 때 그 순간을 생각하며 감동이라는 단어가 떠올려진다. 아이들이 놀이터인 교육현장에서 함께 하는 선생님을 존경한다.
이제는 현장을 떠나 교육의 다른 분야를 맡고 있지만 내 안에 존재하는 울림의 언어는 “선생님”이다.
내가 처음 근무한 현장은 20평 남짓한 공간에 교구장은 벽으로 다 밀쳐져 있었다. 반 친구들과 ‘짤랑짤랑’ 노래에 맞추어 함께 신체 활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다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초임교사는 종종걸음을 걷기 바빴고 선임에게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교사 생활에서 잊지 못하는 기억은 3세 4세 혼합연령을 맡았던 친구들이다. 아침 등원을 마치고 자유 선택활동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B가 와서 친구들이 책을 찢어 딱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 방을 보니 책이 뜯어지고 아이들은 책 면지로 딱지를 접고 있었다.
현장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교사는 당황하며 “누가 그랬니?” 하고 물었다. 유아들은 딱지를 접은 아이 이름을 불렀다. “OO야 이리 나와” 여섯 명의 유아가 내 앞에 줄줄이 서 있었다. 엄한 목소리로 설명을 했다. 책의 소중함과 책을 찢으면 어떻게 될까? 등 유아에게 무서운 선생님이 된 것이다.
그날 하원을 하고 난 오후에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초임교사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K의 어머니는 “선생님 K가 오늘 혼났나요. “네”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다음,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그런데 K의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선생님 잘하셨어요. 그럴 때는 혼내야죠.” 하셨다. 어머니와 대화가 유연해져 “그런데 어머니는 어떻게 아셨나요?” 물었다.
K의 어머니는 K가 집에 와서 놀다 인형을 하나씩 불러 세우더니 “누구야 누가 그랬어.” 물으며 “OO, 이리 나오세요.” 하며 인형을 줄줄이 세워 놓고 선생님이 했던 말을 인형에게 해서 알았다고 하였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교사는 아이의 모델이다. K는 선생님에게 들었던 잔소리를 인형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승화했다. 초임교사였던 필자는 유아를 통해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현장에서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놀이 상황을 통해 교사로서의 반성해보고 회복성을 찾으며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현장은 교실에서 놀이 활동을 하며 안정적으로 원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현장에서 좌절하고 때로는 유아를 통해 희망을 품었던 초임교사 시절을 생각해 보니 현장의 교사도 각각의 상황에서 매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장의 교사는 매일 이것과 저것의 경계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원장님께 보고는 언제 해야 하지? 아이가 다쳤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학부모님과의 상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와 싸울 때 어떻게 훈육 해야 할까? 방과 후 선생님과 일상을 어떻게 협력할까?
교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가며 좋은 교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교사는 현장에서 발생 되는 문제 상황에 이것과 저것의 경계 사이에서 반성적 사고를 하며 때로는 무례하게 항의하는 학부모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며 일상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 그 숭고한 언어를 추앙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