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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호남매일
  • 등록 2023-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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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문정희 시인의 길 한 부분이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을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시 한 편을 만나며 여름이 시작되는 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정희 시인의 길은 인생의 길을 많이 걸어본 뒤에 쓰여진 시로 다가온다. 길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길을 떠나는 사람도, 길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사연을 담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주제로 열린 시립미술관 전시는 그동안의 많은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길은 무수한 사연을 담고 있다. 혼자서 걷는 길, 친구와 함께 걷는 길, 인생의 길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걷는 길, 길을 걸을 때는 혼자 걸어도 좋고 동무가 있어도 좋다.


호퍼의 길동무는 부인이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여행을 통해서 만났던 풍경, 사람, 자연과의 조우를 그렸는데 호퍼의 그림 속 인간의 모습은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홀로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 주유소에서 홀로 서 있는 모습, 텅 빈 사무실에서 창밖을 보는 사람을 보면 홀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현대인은 군중 속에 있으면서 외로운 인간이기 때문에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에, 호퍼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도 대화가 없다. 무심한 듯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고독을 발견하게 한다. 호퍼의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은 고독해서 아름답다. 호퍼의 그림 속 인간은 혼자, 둘, 여럿이 있다. 그런데 사람의 수와 관계없이 고독과 쓸쓸함이 다가온다.


호퍼의 그림은 길 위에서 만났던 일상이 호퍼만의 기법으로 표현이 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호퍼는 스치듯 만날 수 있는 일상을 포착하여 빛의 반사로 화면에 배치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동선의 자리에 있게 한다.


이승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해 화폭에 담아내 현재까지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이번 걸작전이 팬데믹 이후 고립과 단절, 소외가 만연한 오늘날에 필요한 전시로서,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이해를 넓힐 뿐 아니라 고단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공을 뛰어넘는 위안과 공감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한 매체의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고독, 외로움, 쓸쓸함을 공감해 미술관으로 가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길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길에서 만나는 자연, 풍경, 이미지를 통해 세상과 단절된 대화를 한다. 인간은 길 위에서 외롭지 않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소통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나는 들풀이 말벗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끝없이 길을 향해 걷고 있다. 끝없는 길을 걷다 멈춤의 순간이 있다. 멈춤의 순간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이 정리되는 것을 알게 된다.


미술관 ‘길 위에서’ 호퍼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미술관을 향해 길을 걷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미술관으로 향한다.


호퍼의 그림 전시를 보면서 그가 많은 시간 동안 했던 스케치, 스크랩 등을 통한 작품활동이 드디어 사람과 소통하게 된 것이다.


문정희 시인의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라는 시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시인의 도착이라는 시는 인생은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 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착했어’


그렇다. 어쨌거나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 위를 걷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착한다는 것이다. 너, 나 우리 지금 그 길 위에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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