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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박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 호남매일
  • 등록 2023-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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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얼굴 보고 살게요?” 오랜만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자연, 바람도 함께 만났다. 들판은 어느덧 보리가 베어지고 모내기가 한창이다. 드넓은 논에 여린 모가 들판을 가득 차 마음이 풍요롭다. 6월은 푸르른 녹음으로 한걸음 건너가는 시기이다. 들판의 풀 향 내음이 좋다.


전주에 있는 수목원을 방문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눈으로 웃고 마음으로 채워진 자리에 점심 먹을 장소인 정자를 찾았다. 김제 들판이 보이는 곳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시를 사랑하는 P가 보자기를 펼쳤다.


가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음식이 줄을 이어 나왔다. 밥통에 넣어온 굴비, 상추 김치, 무말랭이, 올봄에 담은 머위장아찌, 우리의 음식과 어울리지 않은 치즈까지 한가득 밥상이 차려졌다. 꽃무늬 식탁보까지 펼쳐진 밥상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따사로운 햇살, 들 바람이 부는 정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 시간이 행복하다. 모가 심어진 들판에서 감사의 만남을 갖는다는 것이 도시인에게는 흔하지 않은 시간이다.


시골의 인심은 아직도 살아 있어 지나가시는 어르신마다 한마디씩 전하는 인사말이 정겹다.


점심을 먹으며 찬(반찬) 사연을 들었다. 어머니가 키워서 담근 상추 김치, 해남에서 후배가 담았다는 머위장아찌, 화순에서 올라온 정성이 들어간 된장, 그리고 이른 새벽에 정성스럽게 구워진 굴비 한 마리를 들고 반찬의 사연마다 감동하며 먹었던, 정자에서의 점심은 세상살이에 중요한 것은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석사·박사보다 더 훌륭한 것은 ‘봉사’ 라고 했더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밥사’ 라고 하였다.


봉사도 좋지만, 밥을 먹고 얼굴을 보는 것이 세상 사는 것이 아닌감? 라는 말에 천만번 공감해 보는 시간이었다.


김제 들판이 바라보이는 정자에 앉아 시를 낭송하였다. ‘무심에 관하여’ 허형만의 시 일부분이다.


‘무심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뜬금없이 사십년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 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 더러 더 무심하다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가장 좋은 세상살이는 ‘얼굴 보고 밥 먹자’는 지인의 한마디에 더 고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안에서 같이 사는 것은 중요하다. 지역사회에 가끔 방문하는 옷가게는 식사할 수 있다. 보리밥, 김치, 된장, 제철나물 등을 먹을 때 행복하다. 가끔 사장님이 한 번씩 무쳐주는 멸치무침은 감칠맛이다. 오시는 손님 누구나 밥통에서 스스로 밥을 떠서 먹으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오랜만에 들려 식사를 하는데 사장님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직장에서 퇴직하신 분이 계시는데 식사하는 동안 너무 외로워서 가족사진을 놓고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든지 오셔서 식사를 드시라고 밥을 넉넉히 준비한다고 한다. 자식들은 다 성장해 타지에 살고 홀로 남은 어르신은 식사 때 외로움을 느낄 때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2018년 성균관대 의대 가정 의학 교실 논문에 따르면, 혼밥을 하는 노인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보다 노화 속도가 빨라질 위험도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외롭게 밥을 먹으며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함께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대학에서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어 반가운 소식이다.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는 학생은 식사를 거르기가 쉽다. 대학에서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주니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과 식사를 하면 밥맛이 더 좋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홀로 산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뭣이 중한디’ 먹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석사·박사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사람을 돌보고 챙기는 일이다. 우리 이웃에 외로운 사람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 우리 사회에 어려운 사람이 있는가를 기웃거려 보는 것도 서로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나 묵고 살기에 바빠 그러한 삶을, 살지 못했던 나를 반성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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