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수국꽃 향기가 감도는 호수공원에 마실 나갔다. 아이리스꽃이 다양한 색으로 피어 있어 꽃 관찰하며 공원을 걷는 것도 흥미롭다. 작년에 공원화단을 한번 뒤집더니 낯선 식물들이 자리를 잡아 식물 이름 찾아보는 것도 산책의 묘미다. 수국밭에도 다양한 수국꽃이 피어 길을 멈추게 한다. 떡갈나무 수국은 잎은 갈색으로 되어 있어 떡갈나무의 모습을 닮았다. 하천 옆으로는 아이리스가 가득 피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이리스는 무지개란 뜻이다.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 속 나비의 여신 이리스(lris)에서 나온 이름으로 신화 속 신들의 심부름꾼인 이리스는 나비를 통해 하늘과 지상을 오가는 신의 전령 무지개 ‘나비 여신’ 이라고 한다. 창포, 붓꽃, 아이리스는 같은 종의 꽃이다. 6월의 햇살이 펼쳐지는 곳에 갖가지의 모습으로 피어 있는 아이리스 꽃을 보면 붓을 들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화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농가월령가를 보면 계절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월령가는 음력이다. ‘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오이밭에 첫 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목 맺힌 영계 소리 연습 삼아 자주 운다.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청홍 치마 창포비녀 좋은 시절 허송 마라. 노는 틈틈이 할 일이 약쑥이나 베어두소’ 며칠 있으면 단오다. 단오는 우리나라의 4대 명절로 농경문화에서는 다양한 놀이 문화가 있었다.
단오에는 앵두, 보리수가 익어가고, 창포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좋다 하여 아녀자들은 머리를 감았다. 창포를 물에 삶고 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단백질 성분이 풍부해서 트리트먼트 효과가 있어 머릿결도 좋다. 향긋한 창포의 내음도 좋지만, 귀신을 쫓는다는 설도 있다. 창포는 술을 담그기도 하며 뿌리는 약을 만들고 잎과 줄기는 향료를 만든다. 그렇다면 창포꽃은 줄기에 향기는 남겨 주고 꽃잎을 떨구며 이별을 한다.
최근 블랙핑크 지수의 ‘꽃’ 노래를 들어보면,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부분이 각인 된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전래 동요 ‘우리 집에 왜 왔니’의 노랫말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지수의 꽃 노래는 다른 부분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어릴 적 들었던 전래 동요 부분은 계속 반복하게 된다. 지수 노래의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춤과 함께 첼린지가 이어지고 있어 노래의 인기를 새삼 발견한다. 지수의 꽃 노래를 단오가 다가오니 창포와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 창포는 꽃잎은 지고 줄기와 잎에 향기를 남기고 떠났다는 생각을 해본다. 줄기와 잎에 남겨진 꽃향기로 머리를 감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만들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코로나 엔데믹 상황이 되어 각 지자체는 단오 행사를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지역 주민과 함께한다. 기사를 보면서 삶은 밈(문화 복제)으로 계속 재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포는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농경문화를 가졌던 우리 민족은 연못을 많이 만들어 물을 저장해 놨다. 5월이면 연못에 피어 있는 꽃이 붓꽃, 창포다. 붓꽃과 창포를 쉽게 구분하려면 창포는 물가에 많이 피어 있고, 붓꽃은 정원, 화단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꽃 피는 시기를 보면, 붓꽃이 먼저 피고 창포가 좀 늦게 핀다. 붓꽃과 창포의 가장 쉬운 구별법은 창포는 역삼각형 무늬가 있고 붓꽃은 무늬가 없다. 어쨌거나 어렵다.
필자가 사는 마을 호수공원에 창포가 많이 피어 있다. 산책길에 창포꽃을 보면서 대화를 하였다. 창포꽃에 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다 꽃이 된 아이리스는 햇살 고운 날 꽃이 되어 임을 기다린다. 나비는 창포가 나비인 줄 알고 지나쳐 버린다. 임을 보고 싶어 나비 꽃이 된 창포는 줄기와 잎에 향기만 남고 꽃잎을 떨구어 사람의 머리카락에 향기를 남긴다.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구름 한 점 없이 예쁜 날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지수의 노래처럼 단오는 창포로 머리 감는 이야기는 남아 있다. 단오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창포를 구할 수 없더라도 창포 삼푸라도 구해서 머리를 감아 볼까 한다. 점점 사라져 가는 단오명절이지만 창포로 머리 감는 놀이 문화는 우리의 삶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