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 속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치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원재료 가격과 국내산 김치 가격 인상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인데 이 추세라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록한 역대 최대치에 육박할 전망이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김치 수입량은 11만913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787t에 비해 20.7%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김치 수입량은 26만3435t으로 전년(24만606t) 대비 9.5% 늘었다. 김치 수입 증가와 함께 수입액은 고환율 영향이 겹치면서 1억694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김치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2021년 중국발 알몸 배추 파동으로 그해 급격히 줄었던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와 물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값싼 중국산 김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상 회복과 국내산 김치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김치 수입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년 30만6049t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대비 명절과 김장철 등이 있는 하반기 김치 수입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다. 작년에도 하반기 김치 수입량은 14만2917t으로 상반기(12만518t)보다 18.6% 많았다.
올 여름 폭염과 장마, 태풍 등 기상 악화로 주요 김치 재료인 배추와 무, 고추, 양파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국내 김치 제조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작년 대비 환율이 다소 하락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 가격은 되레 하락했다. 국내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 가격 격차가 4배 가까이 나면서 외식업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김치 수출은 1만8795t으로 지난해(1만8827t)와 비슷한 수준이다. 환율과 가격 인상 영향으로 수출액도 6651만 달러로 작년(6550만 달러)과 별 차이 없다. 최근 몇 년간 한류와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열풍으로 특수를 누렸으나 이마저도 잠잠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은 4만1120t으로 전년(4만2544t) 대비 3.3% 줄었다. 수출액도 1억4082만 달러로 전년(1억5991만 달러)보다 11.9% 감소했다. 7년 만에 김치 수출량과 수출액이 줄어든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2년 연속 이어질 수 있다.
중국산 김치가 식당을 점령하면서 위생 관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과 국내산 김치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농축수물 원산지 표시 점검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품목 중 하나가 배추김치다. 적발된 업체들 대부분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수입 김치에 대한 식품위생관리체계인 \'해썹(HACCP)\' 인증평가를 확대했다. 지난해10월부터 김치 수입량 5000t 이상인 해외제조업소는 HACCP 인증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식품정보마루 홈페이지(impfood.mfds.go.kr)를 통해 수입 김치 제품의 제조국과 업체, 수입업체, 원재료 정보 등을 제공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함께 수입김치의 원산지 위반 단속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름철 일조량 감소와 작황 부진 등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응해 배추와 무, 양파 등의 정부 비축과 계약 재배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