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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
  • 호남매일
  • 등록 2023-07-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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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애기해 드리고 싶어요./ 나 먼데 갔다 왔거든요./ 새로운 것도 많이 보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오기도 했거든요.’ 나태주 시인의 여행. 1의 시다. 여행을 떠나면 낯선 것을 보면 감탄사다. 어쩌면 여행은 잊어버린 감탄사를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북유럽을 가려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10일 동안 낯선 곳에서 잘 버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치과에 가는 일이었다. 다행히 충치는 없어 걱정을 덜었다. 다음 할 일은 약국에 들러 여행하는 동안 버틸 영양제를 샀다. 낯선 이국에서 종일 버스를 타야 하며, 매일 걸어야 하는 강행군을 하려면 비타민이 필요했다.


여행을 위한 체력단련을 위해 한 달 전부터 마을 호수공원을 걸었다. 일단 체력을 준비하고 13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어떻게 버틸까? 걱정하며 여행 준비하는 동안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을 털어내며 여행 준비를 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여행의 감각을 잊어버렸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머릿속에는 잡생각들이 넘쳐 흘렀다. 여행 떠나기 전 갑자기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여행을 접어야 하나. 나이 드신 아버지가 아프시다 하면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무수한 생각이 겹쳐졌다. 불안한 생각을 하나씩 떨쳐가는 것이 여행을 위한 준비였다.


여행은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고생이 시작된다. 무엇 하러 고생하며 짐을 꾸렸을까? 하다가도 새로운 풍경, 광경을 보면 “그래 이게 여행의 맛이지”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일상의 삶을 지우는 연습을 했다. 여행하는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몇 번이나 다짐 하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도시에서 사람들의 눈빛을 보는 순간의 조우에서 그들의 삶을 발견하고 그들도 우리의 특징을 발견할 것이다.


여행은 사진을 찍기 위해 왔을까? 눈으로 담기 위해 왔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여행지에서 가이드가 주는 삼십 분의 시간을 배당받으며 패키지여행은 시작이다.


패키지여행에서 만나는 가이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행자를 이끈다. 하루 정도 지나면 사람을 파악한다. 이번 북유럽 안내자는 강의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잠시 시간이 주어져 책이라도 읽으려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고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다.


첫날, 강의에 집중하려 했지만, 비행기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잠이 들기 일쑤였다. 여행의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안내자의 목소리가 고역이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더라도 명상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한 버스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강의한다. 아는 것이 많다.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데 머릿속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안내자는 “여행하면서 명상도 하시고 책도 읽으시고 자신의 시간을 찾으십시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특히,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침 삼십 분 정도는 혼자만의 시간을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시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할 것인가? 준비해야 하는데 그 시간마저 빼앗아 버리는 안내자의 연설은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여행하면서 인문학 강의를 북유럽까지 와서 들어야 할까? 반문하는 시간이었다. 집에서 준비해서 가지고 간 책은 첫 장만 펼쳤다 접기를 반복하고 한 페이지도 읽을 수가 없었다.


가이드의 연속적인 이야기 시간만 빼면 이번 여행은 만족이었다. 그동안 이야기로만 듣던 북유럽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행복의 충격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행복은 감탄사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탄사를 잃어버린다.


광활한 자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경험은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연발이다.


북유럽 여행자들이 소리를 지른 것은 피오르(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가 빙하의 소실 후 침수해서 생긴 좁고 긴 만)가 시작되는 호수를 보면서였다. 버스에서 긴 잠을 자던 학생도 깨웠다.


여행은 감탄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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