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이 수십년간 유지해오던 조선대학교 주거래 은행 지위를 최종적으로 상실하면서 지역 금융권과 대학가가 술렁인다.
그동안 광주은행이 지역 대학의 주거래 은행을 독식하다시피했지만, 이번에 조선대가 새로운 물꼬를 트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지역 대학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조선대는 지난 18일 신한은행 측과 주거래은행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주거래은행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0여일 만이다. 계약기간은 4년 6개월이며 오는 9월 1일부터 2028년 2월까지 주거래 은행 지위가 유지된다.
광주은행은 수십년간 유지해 오던` 단골\'을 잃으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광주은행은 광주·전남 20여개 대학 중 목포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의 주거래 은행을 맡고 있어 이번 조선대 사례가 다른 지방대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립대보다는 사립대가 동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지원을 받는 국립대와 달리 10여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된 사립대의 경우 기업 후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주거래은행인 광주은행의 지원이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터라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교육부가 대학에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공개 입찰을 권고하고 있어 제2, 제3의 조선대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에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으로 바꾼 조선대 관계자는 \"그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광주은행과 주거래은행 관계를 유지했지만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 받아 공개입찰로 전환했다\"며 \"다수의 은행이 참여했으며 신한은행이 협력사업비 등을 가장 많이 제시하는 등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선대의 입장은 현재 사립대 사정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남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독점지위를 유지해오던 광주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대학가의 주거래은행 변경이 잇따를 수 있을 것이다\"고 경고성 멘트를 했다.
이를 반영하듯 광주은행의 위기감이 감지된다.
뒤늦게 조선대 출신 광주은행 재직 임직원들이 지난 18일 조선대에 항의성 성명지를 전달한 것도 위기감의 표출로 보인다.
이들의 성명은 주거래은행 탈락에 대한 억울함과 항의 성격도 있지만,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지역 대학들에 보내는 `선제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탈락의 주된 원인을 시중은행에 비해 `불리한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이라고 못박은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은 조선대 출신 임직원 420여명의 뜻을 담았다는 항의 성명지를 통해 “이번 조선대 주거래은행 사업자 선정 지정공고에서 지역사회 기여도가 낮은 시중은행에게는 유리하고, 지역경제 기여도가 매우 높은 광주은행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이것이 탈락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대는 시중은행에 유리한 평가항목을 통해 지난 50여년간 동행해온 당행과의 신뢰 및 협력 관계를 저버리고 오로지 경제 논리에 의해서 주거래은행을 선정했다”면서 \"광주은행은 전체 임직원의 26% 이상, 최근 10년간 인턴채용 인원의 50% 이상을 조선대 출신으로 채용하는 등 지역대학과의 상생을 몸소 실천해 오고 있던 터라, 이번 공개경쟁입찰의 결과가 우리 지역사회에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구구절절한 `뒷북\' 성명 논란 속에 광주은행이 이번 조선대 사태(?)의 후폭풍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권형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