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모르는 새야 나의 노래를 들어다오.’ 13시간 넘은 비행을 하고 헬싱키에 내렸어. 선선한 바람이 분다. 여기는 북유럽이지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공항 카페에 앉아 낯선 사람과 섞여서 비행기가 뜨는 활주로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시간, 여행의 시작이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새로운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새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문구가 있었다.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 다오.’라는 알 수 없는 시 문구가 입안에 맴돌았다.
한국에 돌아와 많은 기억을 더듬어 김승희 시인의 ‘여행에의 초대’ 라는 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모르는 언어를 듣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른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사색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모르는 가게를 걷고, 모르는 거리에서 잠시 쉬어가며 모르는 카페에 앉아 모르는 도시를 탐색하는 시간은 신나는 시간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 왕궁은 시민들에게 정원을 개방해 공원 조형물은 어린이의 놀이터가 되어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노르웨이는 여성학이 발달 된 나라다. 그래서일까? 왕궁 정원 입구에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 마망(엄마)의 작품이 있다. 거대한 거미다. 거미는 여덟 개의 다리로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거미는 자신의 실을 이용하여 먹이를 잡고 그 먹이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활동을 한다.’ 마망 작품은 어쩌면 어머니에 보호받고 있는 부르주아의 모습인가 보다. 아니면 보호해 주고 싶은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나라에 마망 작품은 리움 미술관에 있다가 지금은 호암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페미니즘 작가인 부르주아의 작품을 왕궁 입구에서 보니 노르웨이가 양성이 평등한 국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노르웨이에 있는 오슬로 대학은 여성학이 유명한 나라다. 가이드가 학문에 여성학, 아동학이 있는데 왜 남성학은 없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였다. 농담의 의미가 들어있는 해답은 남성학은 아동학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던진다. 차 안의 여행자들이 모두 웃었다.
북유럽 나라의 화장실은 선택이 다양하다. 남녀가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남녀의 평등은 일상적 삶에서 함께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줄을 서서 내가 들어가야 하는 곳에 남성이 나와 순간 놀래기도 했다.
만약, 우리나라에 남녀가 같은 화장실을 쓴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까? 많은 생각을 해 본 시간이었다. 우리의 경우 남자 화장실은 파랑, 여자 화장실은 노랑, 색을 구분한 것도 편리함이다. 성 평등에는 맞지는 않지만 멀리서 화장실을 찾기에는 안내표지판은 도움이 된다. 요즘 우리나라도 성 평등을 위해 남녀가 같은 회색으로 화장실 안내표지판을 되어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화장실 남·여 표지판을 각 나라의 규칙에 따라 적응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삶과 문화를 발견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를 걷다가 같이 여행을 떠난 K는 샌드위치와 맥주를 필자는 커피 한잔을 시켰다. 여행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좋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모르는 언어를 들으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여행에서 긴 호흡이다.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언어로 음식을 시켜 먹고, 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나마 호흡을 정리하면서 알 수 없는 도시의 매력을 파악하며 낯선 장소에 앉아 멍을 때리는 시간도 재미있다.
여행 도중 한국에서 비가 많이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필자의 여행은 비도 내리지 않고 화창한 날씨를 만나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두둥실 떠오른 구름과 선선한 날씨에 있다 보니 여행의 만족이 두 배다. 여행에서 비가 내려도 좋다. 가끔은 불편한 우산이 또 따른 운치를 주기 때문이다.
여행은 모르는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 속에서 자유로운 나를 발견할 때 즐겁다. 가끔은 낯선 장소에서 부딪치며 얻어지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모르는 새야 나의 이야기를 들어다오.’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이다. 떠나자. 일상의 삶에서 자유로운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