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반 공정으로 인공지능(AI) 칩 분야 스타트업 \'그로크(Groq)\'의 차세대 AI 칩을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의 첫 고객이 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그로크는 최근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로크는 구글 출신인 조나단 로스가 2016년에 설립한 팹리스(설계 기업)로, 데이터 센터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생산한다.
앞으로 그로크는 삼성 파운드리와 차세대 칩 개발 로드맵에 따라 협력을 진행하며, 생산도 맡길 예정이다.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제조될 차세대 AI는 처리량, 지연 시간, 전력 소비, 메모리 용량을 크게 개선시킬 예정이다. 이를 활용하면 오늘날 최고 성능인 엑사스케일(초당 100경번의 연산 수행)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8만개에서 60만개 이상의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조나단 로스(Jonathan Ross) 그로크 최고경영자는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해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크의 AI 반도체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3조원)을 투자해, 4나노 기반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을 지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 예정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차세대 AI 칩 개발에 HPC(고성능컴퓨팅) 전용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인 \'SF4X\'를 적용한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 4나노 2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공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4나노 공정을 종전 2개에서 5개로 세분화해 HPC와 차량용 반도체 등 응용처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학회에서 사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공정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전력 효율은 23% 높아지고, 성능은 10% 향상된다.
삼성전자는 4나노 3세대 제품도 오는 4분기 양산에 돌입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 공장을 짓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 고객 확보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르코 키사리(Marco Chisari) 삼성전자 파운드리 미국 사업부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키고 획기적인 AI, HPC 및 데이터 센터 솔루션을 시장에 출시하는 데 전념 중\"이며 \"그 증거가 이번 그로크와의 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