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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풍경으로 피어나는 세상
  • 호남매일
  • 등록 2023-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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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외로운 사냥꾼이라는 불란서 영화가 있었어. 마주 잡을 손 하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밤 두시 그때껏 울어도 지치지 않은 귀뚜라미 소리를 만났네. 마음을 벌써 깊은 가을이라 사람이 아니어도 젖는데......,’ ‘9월’ 이라는 나해철 시인의 한 부분이다.


나뭇잎 떨어지는 사부작 소리만 들려도 가을이 왔네 라고 뒤돌아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9월이 되어도 늦더위가 계속이다. 마트에 가서 된장국이라도 끊일까 하고 호박 한 개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아욱을 찾아보아도 없어 시금치라도 넣어 국을 끓일까 하고 가격을 봤더니 세배 정도 오른 가격에 시금치를 장바구니에 넣지 못하고 걸어오는 밤길이 쓸쓸하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인데도 여름밤을 걷는 길 같다. 날씨로 쓸쓸함이 아니라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경비가 많다 보니 마음이 더 허허한 날이다. 최근에 만나는 사람마다 푸념하는 소리는 “인생 쉽지 않아.”, 돈 버는데 쉬운게 하나도 없어. 라는 세상 살기 힘들다는 대화다.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사회의 교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교사는 이미 ‘소진’ 상태라는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사람 사는 세상 무엇이 가장 필요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래저래 마음 심란한 하루다. 모두 힘든 세상살이다. 시장바구니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풍경이 그리운 시간이다. 밤길을 걸어오는데 공원 벤치에 앉아 친구와 도시락 뚜껑을 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친구 벤치에 앉아 얼굴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눈다. 그 풍경이 아름다워 돌아본다. 가로등 아래 두 친구의 얼굴은 정겹다. 반 바퀴를 더 도는데 호수 공원 나무 테크에 렌턴 조명을 켜고 앉아 통닭을 먹는 가족을 보면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 공원에서 감성과 낭만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낮 더위는 계속되지만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으로 소소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에 아름다운 삶을 꾸리는 사람을 보면서 미소를 날려본다. 공원에는 운동하기 위해서 길을 걷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말없이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 사람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가는 것을 세상을 볼 수 있다.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 라는 시를 만나본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때가 있다


그저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쓸쓸한 날이지만 사람이 만든 풍경으로 위안을 받는다. 밤길을 걷는다. 소소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바람길을 쫓아가다 보면 가을이 오겠지. 사람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면서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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