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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하문의 길
  • 호남매일
  • 등록 2023-10-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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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때가 있었다. 묵은 체증 같은 답답함을 토해내고 싶은데 글문이 열리지 않아 그 문전에서 서성인 적이 몇 번이었나 싶다. 일상적인 주변이야기를 가장 편한 마음으로 물이 흐르듯 그냥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란다. 과연 내가 쓸 수 있을까,


말을 한다고 다 말이 아니듯 쓴다고 다 글이 아니란다. 그때마다 나의 짧음이 원망스럽고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러던 차 선배의 권유로 등단하게 되어 이 길을 가게 되었으니 아직은 뜬구름을 잡는 격인지 모른다.


수필이란 [나]가 들어간 1인칭 고백문학이라 한다. 그러기에 나의 인생관과 자연관에 입각하여 허튼 삶을 정리하고 체험적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펼쳐 보일 작정이다. 미숙한 삶이지만 덧칠하지 않고 진실의 바탕 위에 있는 모습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함으로 진한 감동을 주는 품위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쉽게 쓸 수 있는 글이 아님을 알게 되니 조심스럽고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래도 한 번 나선 길 거둘 수는 없는 법 나도 보고 남도 보며 불치하문의 도전정신으로 뚜벅뚜벅 가고자 한다.



- 초 행 길 -



짐 지고도 웃고 왔나,


다 쥐고도 울고 왔나,


덧없는 초행길 몽매간에 예 왔는데


구름은 시름을 얹고 제 홀로 떠도네.



한 날의 삶이라고 희비가 없겠는가,


억장을 쓸자하니 쌓인 것 태산인데


산길을 돌아 엉킨 삶 풀자하니 애닯네.



한 살이 살기다툼 다 두고 가는 건데


석각에 피는 노을 사슬 푸는 마음인데


제 분수 제 알았더면


길 두고 메로 갈까.


/류준식 시인·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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