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조정 유보 의견 제시가 한전이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내는 원인이 됐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또 한전과 가스공사가 전기·가스요금 원가를 과다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10일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경영책임성을 높이고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 행태를 쇄신하기 위해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조정을 반복 요구하는 등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2021년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조정 유보 의견을 반복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까지 요금 조정이 유보됐다.
이에 2022년 한전 적자가 32조7000억 원이 발생하고,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6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래 소비자 부담 전가, 가격신호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도 유발됐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전기·가스요금 원가에서 부가수입(연체료)을 차감하지 않는 등으로 2015~2022년 총괄원가 계 6960억 원을 과다산정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2022년 2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한전은 2022년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 32조7000억 원이 발생했고 가스공사 미수금도 2021년 1조8000억 원에서 2022년 8조6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재무위기가 심각해 전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이 저해될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구분회계에서 공공요금사업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고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형식적으로 작성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로 부채·수익성이 결정되는 \'공공요금사업\'이 공공기관 스스로 추진하는 \'자체사업\'과 함께 \'고유사업\'으로 혼재되어 있어 공공기관 부채증가의 원인 및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곤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가 2021년 공공요금사업 금융부채 4조9000억 원을 누락하는 등 오류도 빈번했다.
감사원이 고유사업을 \'공공요금사업\'과 \'자체사업\'으로 나누어 한전 등 16개 공기업의 금융부채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공공요금사업으로 인한 금융부채는 2022년 173조200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88조5000억 원(104.5%) 증가한 반면, 자체사업으로 인한 금융부채는 2022년 108조500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소폭인 2.9조원(2.7%) 증가했다.
한전은 2022~2026년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자본잠식이 예상되자 전기요금 최대 인상을 가정해(2023년 1월부터 +41.1원/kWh) 2023년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도 하락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도 구분회계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대해 점검하지 않고 있고, 공공기관들도 구분회계 재무제표를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외부검증(감사원·회계법인) 대상인 \'결산서\'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 등 검증체계도 미흡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업부·기재부에 공공요금 조정제도, 구분회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등 재무관리제도가 도입 취지에 따라 운영될 수 있게 개선하도록 통보하거나 주의요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