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화순 골에 꽃이 만발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붐빌 것을 예상해 이른 아침에 꽃밭을 산책했다. 오렌지 물결을 이루는 황국, 아직은 이른 국화꽃, 가을날 학교 가는 길에 피어 있었던 코스모스는 소녀 감성을 불러일으켜 함성을 지르도록 아름답다.
황국 길을 따라 걸으니 언덕 위에 해바라기꽃이 아름드리 피었다.
꽃길 초입에 해바라기 꽃이 조형물인가 싶어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키가 큰 해바라기가 아닌 작은 해바라기 꽃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족이 해바라기꽃에서 사진을 찍는다. 꽃길을 따라 걸으며 삼삼오오 손을 잡은 가족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코스모스 들판을 걸으며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콧노래가 나온다.
지인과 함께 푸른 하늘 보고 길을 걷다 감탄사를 날려본다.
그런데 지인의 한숨이 길다. 아들이 취업하지 않고 빈둥빈둥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같이 바람이 좋은 날은 꽃길도 걸으며 여자 친구라도 만나야 할 것인데, 방구석만 지키고 있다며 하소연을 한다. 그렇다. 이렇게 예쁜 가을날은 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좋다.
연합뉴스 기사에 의하면, ‘3년 이상 취업 안 하고 집에서 시간 보낸 니트족 8만명’ 이라는 기사를 보며 청춘이 빨리 일자리를 잡아야 할 것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니트족은 ‘유럽에서 출발한 NEET에서 시작된 언어로 취업을 위한 교육, 구직활동, 가사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니트족은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는 무직자인 것이다.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된 활동은 그냥 시간을 보낸 사람은 36.7%를 차지하고 있으며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10명 중 4명은 직업 훈련이나 취업시험준비, 구직활동, 육아나 가사 활동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는 청년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보다 증가한 니트족은 산업 현장에 대해 무기력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니트족이 나타난 현상을 살펴보면, 니트족의 학력은 고학력이다.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나 기업에서 뽑는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3년 정도 지원하다가 포기해버리면서 니트족으로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대한민국 경제는 위험해질 것으로 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실업률은 높아져 니트족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에, 실업은 은둔으로 이어져 취업에서 멀어지는 상황이 니트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당연히 부모님의 연금, 생활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점점 경제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자식의 생활비를 위해 삶의 현장으로 나오는 부모가 많다. 퇴직하고 연금으로 충분히 생활은 유지되는데 새로운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는 부모는 자식 걱정 때문이다.
니트족과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는 일본의 히키코모리나, 프랑스의 탕기, 이탈리아의 맘모네, 캐나다의 부메랑키즈 중국의 전업 자녀 등으로 캥거루족이다.
캥거루족도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캥거루가 자식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
캥거루족의 문제는 자식에게도 있지만,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일 수도 있다.
자식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운 부모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푼돈 벌지 말고 엄마가 용돈을 줄 것이니 집에서 놀아 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는 자식이 자라면 부모의 품을 떠나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인이 되어 독립할 나이가 되면 부모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꽃길을 걸으며 자식 걱정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아무런 준비 없이 좋은 시절을 놓치는 자식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일부러 큰 소리로 “오늘은 우리의 꽃길을 걷자.”라고 말했다.
한들한들 바람결에 나부끼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활짝 핀 꽃길이 마음도 넉넉하게 해준다. 이렇게 풍요로운 가을날에는 니트를 벗어 던지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