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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차 쓸게요"
  • 호남매일
  • 등록 2023-10-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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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나름 힙하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나이가 들어도 피터팬의 나라 네버랜드에 살고 싶어 문화 트랜드에 민감하려고 한다. 그래도 세대에서 차이나는 삶의 간격 차를 좁힐 수 없는가 보다. 24년 트랜드 코리아를 접한 순간 시대적 감각에 뒤떨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나노사회, 평균실종, 용어가 등장하면서 각자도생의 시대. 핵 개인화 시대에 우리의 삶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공동체적인 삶의 범위를 벗어난 개인의 삶의 질을 위해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청춘의 삶에서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은 금이다.’ 세상이 되어버렸다. 음식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예약제로 하는 식당을 찾는다던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결론부터 보기, 드라마를 빠르게 재생해보기등 소유를 넘어 경험의 시간을 위해 시간을 쪼개 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랜드 코리아 24년을 살펴보니 목까지 숨이 턱 걸린다. 그동안 우리의 삶은 여유를 갖고 느림의 삶을 살자는 문화가 10년 동안 이어지더니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간의 삶은 더욱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24년 트랜드 코리아에서 나오는 용어만 들어도 삶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초사회, 육각형인간, 디토소비,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호모프롬프트등 용어만 들어도 경험의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AI 지능화에 민감해야 한다.


육각형 인간은 완벽을 추구하는 삶이다. 외모, 성향, 학력, 집안, 자산, 직업 등 모든 것을 갖춘 인간을 의미하는데 육각형 인간은 두가지 특성을 지닌다. 각 개인에게 육각형 인간이 되라고 압박하는 시대지만 실제로는 육각형 인간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육각형 인간은 자신이 육각형 인간은 될 수 없지만, 타인을 품평하고 서열화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반발 심리를 작용해 연예인, 아이돌에게 점수를 주며, ‘육각형 연예인’ ‘육각형 남친’ ‘육각형 축구선수’ 같은 표현을 쓰며 타인을 평가하는 놀이문화다.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완성형 인간을 지향하는 어쩌면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의 놀이 형태에서 나오는 문화 트랜드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의 냇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삶의 패턴도 기성세대들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은 흥미롭긴 하지만 삶은 분주해진다. 미래 사회는 몰입형 인간보다 멀티적 성향의 인간이 적응이 빠르다. 다양해진 문화 경험을 해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의 집중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경험하려면 시간이 금인 세상이 된 것이다.


“사장님 반반차 쓸래요.” 직원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야.” 라며 직원에게 다시 묻는 일상이 일터에서 나타날 것으로 본다. 빠르게 적응하는 세대와 기존의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기성세대와 언어적 마찰은 삶의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변화하는 언어적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본다.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 직장에서는 반반차를 쪼개 써가면 얻어진 시간을 휴가에서는 차분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서 한곳에 머무르면 앉아 있으며 자신의 힐링 시간을 보내고 직장에서의 시간을 쪼개고 줄여 경험의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냇물은 계속 흘러야 한다. 한곳에 있으면 물은 썩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문화의 냇물을 따라 잘 흡수되고 적응되어야 할 것이다. 트랜드 코리아 책을 보니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사람들이 작품 앞에 멈춰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2019년 조사에 따르면 8초였다. 바쁜 시간을 내서 명화를 감상하기 위해 작품당 소비하는 시간이 8초는 인간의 집중력이 8초, 금붕어의 집중력보다 짧다.’ 아날로그 삶을 살았던 시대에는 인간의 집중력은 훨씬 높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접해야 하는 인간의 뇌는 휴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쪼개어 경험하다 지치면 자신의 안식을 위해 한곳에 머물며 자신의 뇌를 잠시 멈추는 여행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이 바쁜 계절에 시를 읽고 삶을 휴식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함민복 시인의 ‘가을’이다.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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