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강천사 길을 걸었다. 단풍나무길 따라 물길 따라 걷는 강천사에는 나뭇잎이 붉게 물이 들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안개 낀 산사를 걷는 기분은 신선이 된 것 같다.
길을 걷는데 김영랑의 시가 머릿속에 맴돌아 시를 중얼거리며 걸었다. 지금 남도는 어디에 서 있어도 아름다운 가을이다.
강천사에서 가을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산사로 올라오는 청춘들은 바람을 따라 뱅글뱅글 돌고 있다. 나뭇잎이 휘날리자 소리를 지르며 나뭇잎을 따라 달리는 그들의 함성이 전해져 온다. ‘젊음이 단풍이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을이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백양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 새벽에 강천사 길을 오후에는 백양사로 넘어가려다 단풍의 손짓을 뒤로 미루고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생태 미술 프로젝트 전시를 관람하였다.
제10회 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열리는 전시장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미디어아트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생해 주고 있다.
생태 미술을 통해 자연, 인간, 삶에 대해 멈춤의 시간을 만나본다. 미술관 전시를 보면서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미술관이 중외 공원과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인간의 시선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을 생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에 미술관, 공원이 형성되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체는 또 다른 삶을 연결해 내고 있다. 생태 작가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자연스럽게 스쳤던 것들이 삶에 연결되어 서로 공생하며 생명을 재탄생 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자연 생태계를 위한 멈춤의 삶이 필요하다.
농경문화 시대만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자연과 공존하면 재생되는 삶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을 자연으로 순환시키는 생태적인 삶이었다. 산업화로 우리의 삶은 생태계의 무질서가 인간의 삶에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립미술관 로비에 스티로폼으로 쌓아 놓은 구조물은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통해 환경을 생각하며 멈춤의 시간을 갖게 한다. 어쩌면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인데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해안가에서 주워온 플라스틱 물건을 통해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연결해주는 전시는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자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미술관 안과 밖에서 이어지는 전시는 재생의 연결고리다. ‘주방기구는 생태 튀움밭으로 아이들의 보물 쌓기는 생태를 키우는 키움밭으로 중외 공원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생태를 피우는 피움밭은 마지막에 이르러 맺음밭으로 연결되는 디딤을 통해 온 생명체의 꽃을 피우는’ 삶은 공존, 연결, 재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공동체와 함께한다는 의미를 일깨워 준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언어가 일상화되어가는 시기에 삶은 각박하다 하지만, 예술가는 끊임없이 인간은 자연과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전시공간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해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다. 올봄은 가뭄에 여름에는 장맛비가 많이 내려 식물이 보타(마르다)졌다. 벚나무, 느티나무는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렸지만, 단풍나무는 다양한 색을 연출하여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해마다 11월 초입에 강천사 걷기를 한다. 그때마다 단풍은 갖가지의 색으로 우리를 반긴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가을날 무엇에 물들꼬’ 생각하며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본다.
백양사 단풍 일정을 뒤로하고 찾아간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공존, 재생, 연결은 멈춤의 삶을 안내하는 작가들의 숭고한 열정을 통해 주변 산책 시에도 줍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모으는 행위)을 하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가을날 공생, 연결, 재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에 물들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에서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중에서 한 부분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 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말과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