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 50일째를 맞은 1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위니아 협력업체 공장에서 이곳 관계자가 출고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김치냉장고 부품들을 가리키며 하소연하고 있다. 2023.11.10.
\"죽을 맛이죠.\"
대유위니아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사태 50일째를 맞은 지난 1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한 위니아 협력업체.
위니아의 브랜드 \'딤채\' 김치냉장고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이곳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관련 공정이 모두 중단됐다.
김장철을 맞아 주말 없는 2교대로 생산력을 부쩍 올려야 했을 공장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김치냉장고의 냉장·냉동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냉매관.
2차 협력업체로부터 제작된 일직선 상태의 냉매관을 받아 이를 가공하는 작업이 공장의 주요 업무다.
두달 여 기간 가까이 공정을 멈춘 이곳 공장 2층 생산 라인에는 약 1만여 개에 달하는 가공된 냉매관 재고가 쌓여있었다.
먼지쌓인 냉매관 한 조마다 부착된 부품식별표 기준 가장 마지막 생산일은 지난 9월 25일이다.
냉매관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비정규직 포함 직원 9명은 위니아 법정관리 신청 사태 이후 모두 강제 휴직 상태다.
전체 정직원 15명에게 돌아갈 임금은 법정관리 사태 이후 현재까지 체불되고 있다.
이곳 공장은 매출의 절대 다수가 위니아 공장 가동 여부와 직결돼있어 피해가 크다고 관계자는 설명한다.
김장철에 연매출의 절반이 집중된 탓에 이번 법정관리 사태가 타격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부연이다.
지난해 기록된 연매출 60억 여 원 대비 올해는 11월 현재 30억 여 원에 불과한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법정관리 사태 직전까지 위니아로 부품을 납품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이 10억 5000만원에 달하고 생산 라인에 쌓인 재고에 대한 금액도 1억 2100만원 상당이다.
지난 6일부터 위니아가 홈쇼핑 등 선주문 물량 3400여 대 생산을 약속하고 공장을 가동했지만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재고 부품이 사용되는 모델 생산이 이뤄지지 않거나 뒤로 밀리면서 공장 재가동 일정은 더욱 밀릴 전망이다.
이곳 관계자는 \"위니아의 생산 일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 구조상 성수기에 이같은 피해가 오면서 적잖이 당황스럽다\"며 \"보통 이런 일이 올 경우 사전에 미리 공지가 되거나 분위기가 감돌아 공장 차원 대책이 마련되는데 올해같은 경우는 손쓸 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생산 재개에 나섰다지만 효과는 새발의 피다. 당정은 물론 지역사회가 나서 위니아 정상 가동에 힘을 보태달라. 생계의 기로에 선 협력업체들을 살펴달라\"고 하소연했다.
공장 가동을 재개한 위니아의 사정도 열악하기는 매한가지다.
위니아는 하반기 김치냉장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홈쇼핑 선주물 물량 등 소량 생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협력업체와의 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부품 조달이 어려워 현재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태다.
생산량도 당초 하루 100~300여대 목표로 설정했지만 현재 이마저도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니아지부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이 들어와야 조립이 시작된다. 운영 자금이 모여 협력업체로 전달되면 그제서야 부품을 받는 식\"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정상 가동은 요원해보인다\"고 설명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 전자 계열사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위니아전자와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위니아, 대유플러스, 위니아에이드 등 5개 계열사가 지난 9월 중순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 인한 임금체불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유위니아그룹 내 가전 3사(위니아·위니아전자·위니아전자메뉴팩쳐링)의 체불임금은 553억원 규모다.
주요 생산 거점인 광주에서는 180여 개 협력업체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 도산으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권형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