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를 이용한 레이저 펄스 압축.
한국과 영국의 국제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고 출력 레이저보다 훨씬 더 강력한 레이저 개발에 필수적인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물리·광과학과 석희용 교수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허민섭 교수팀,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의 야로스진스키 교수팀과 함께 기존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했다고 15일 밝혔다.
1985년 모로우 교수가 발명한 처프 펄스 증폭 기술은 레이저 세기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는데, 현재는 이를 활용해 수 페타와트(1000조와트)까지 레이저 출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그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엑사와트 또는 100만배 더 강력한 제타와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초강력 레이저는 회절격자를 사용해 레이저 펄스를 길게 늘여 에너지를 증폭한 후 다시 회절격자를 사용해 짧게 압축함으로써 강한 세기의 레이저 펄스를 얻는데, 이 방법으로는 더 강한 세기의 레이저빔을 발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회절격자 대신 플라즈마를 사용해 극초강력 레이저 펄스의 압축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파괴돼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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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화된 상태인 플라즈마는 이미 손상된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레이저빔을 넣어도 더 이상의 손상이 생기지 않고 광학적으로 빛을 분산시키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플라즈마를 사용하면 기존의 회절격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레이저 펄스로 압축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공간적으로 특정한 밀도분포를 가진 플라즈마를 사용하면 회절격자와 유사하게 레이저 펄스를 대폭 압축할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 및 이론 연구로 입증했다.
GIST 석희용 교수는 “플라즈마는 기존의 회절격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더이상 손상이 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몇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작은 플라즈마로도 엑사와트(1엑사=1018) 이상의 극초강력 레이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첨단 이론물리학과 천체물리학에서 예측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핵융합 연구에도 활용 가능해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광학 및 응용물리학 분야 상위 1% 논문인 \'네이처 포토닉스\'에 지난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권형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