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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이에 봄이 머물고 있다
  • 호남매일
  • 등록 2023-1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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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대설이 엊그제인데 날이 따뜻하다. 계절은 겨울이라 최대한 가벼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서도 덥다.


겨울과 겨울 사이에 봄이 멈추어 있는 것 같다. 날이 따뜻하니 몸도 가벼워 자연스럽게 산책을 나서게 되었다. 너도나도 겨울의 계절에서 봄나들이 나왔다.


기상청 관측에 의하면 올겨울이 가장 따뜻한 날씨라고 한다. 겨울은 추워야 병충해를 박멸하기도 하며, 작물도 추위를 이겨내야 제맛을 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몸은 따뜻한데 마음은 따뜻하지 않은 겨울이다. 날씨가 좋아 운동, 산책하긴 좋지만 불안한 마음도 존재한다.


겨울철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1년 동안 준비했던 일상이 결과물이 되어 나오는 시기인지라 전시, 출판, 공연이 이어져 분주한 나날에 시간을 쪼개어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연말공연이 한창인 중에 찾았던 시 낭송에 지인과 발걸음을 함께하였다. 막이 오르자 첫 번째 마당은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 시가 낭송되고 있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어지는 시는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으로 마무리되는 시 낭송은 색다른 정서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정이 각박 해져가는 시기에 문학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오랜만에 옛 향수에 젖을 수 있었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다. SNS에 광주의 트리 장식 장소를 안내해 주는 앱도 떴다.


작년에는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 트리, 롯데월드의 매직캐슬이 인기를 끌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 연인, 주변인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기 위해 여행을 준비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가벼운 송년회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행복이 스며있다.


가까운 지인은 모임 때 왕관, 액세서리를 준비해 조촐한 송년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꼭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캐럴이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에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음악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며 그동안 주춤했던 연말 분위기를 맞이해야 하는데 거리는 아직도 썰렁하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만든 캐럴이 등장한다지만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은 모두가 함께 부를 때 가장 빛이 나며 연말을 보내는 느낌이 든다.


계절은 겨울과 겨울 사이에 봄이 멈추어 있다. 겨울 사이에 봄은 ‘서울의 봄’ 영화다.


서울의 봄 영화는 국제시장보다 빠르게 700만을 돌파한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정의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코로나 상황과 안방에서 극장판 영화를 볼 수 있어 극장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많은 영화가 극장에서 외면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올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영화는 밀수였다. 극장가의 영화 상영에 관객들의 반응이 약해 영화관은 적자 경영이 계속되자 표도 온라인 예매,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시기에 ‘서울의 봄’에서 주연을 맡은 정우성은 다음과 같은 일침을 놓았다. 배우와 영화인에게 “영화만 홍보하지 말고 한 명의 관객으로 행동해라” 이러한 이유는 배우는 자기 영화만 홍보하고 다른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겨울 사이에 영화에 대해 봄을 기대하려면 극장에서 표를 끊고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의 행동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봄’ 영화가 겨울 사이의 봄소식을 알려와 좋다.


서울의 봄 영화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에 우리 모두의 삶에 봄이 왔으면 한다.


경제도 봄이 되려면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밖으로 사람이 나오다 보면 거리의 사람이 늘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경제도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만 있지 말고 모두가 함께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


시 낭송을 들으면서 생각났던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 시다.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중간 생략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 시를 읽으며 24년도 찬란한 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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