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동구 밖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계속 들려오는데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줄 모른다. 해가 지도록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산업사회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놀이는 끝이 없었다.
요즘에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주말에 마을 공원에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를 보면 반갑다.
놀이는 쉼이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데 이러한 것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을 보더라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놀이’란 그 자체가 즐거움인 동시에 놀이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수단이며 놀이를 통해 지적, 신체, 사회, 정서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아동에게 놀이 공간은 어린이의 지적, 신체적 발육을 위한 공간이자 사회화의 장소로 좋은 활동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놀이 시설은 성장하는 어린이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사를 보니 어린이 상상 놀이터가 풍암동 중앙공원에 건립된다고 한다. ‘새롭게 조성되는 중앙공원 내 숲과 어우러진 실·내외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놀이·체험·교육·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전용 복합공간으로 지어진다.’
놀이터에서 놀이만 생각해도 즐거운데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니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는 행복한 이야기다.
아인슈타인은 미래의 콘텐츠는 상상이라고 했다. 상상은 예술과 과학이 만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간다. 미래의 인재 어린이를 위한 상상 놀이터에서는 어떤 놀이가 펼쳐질지 기대가 가득하다.
그런데 요즈음 어린이 놀이터를 보면 어린 시절의 놀이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어린이 놀이터의 경우 놀이 공간, 디자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들은 좋아졌지만, 도전을 줄 수 있는 놀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 중 어린이 안전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최근에 만들어지는 어린이놀이터가 도전정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적에 놀았던 놀이터는 아동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놀이터 자체가 없다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동학자와 교육자들은 누구나 밖으로 밖으로 외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요인이 많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디일까? 근대 시기만 해도 자연이 놀이터였다. 언덕, 넓은 들판, 구릉지, 숲속 등 자연에서 아이들은 놀이하고 자연이 주는 공간에서 도전하며 호연지기 마음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어린이 안전이 중요하게 부각 되면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다 보니 도전에 관한 것들이 미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요즘에 새롭게 입주한 아파트에 놀러 간 기회가 생겼다. 그 집에 어린이가 있어 아파트 놀이터를 갔는데 놀이터가 길보다 아래에 안착해 있었다. 22개월 정도의 영아는 논두렁 같은 언덕을 기어오르다 다시 내려오면서 놀았다.
그래서 요즈음 놀이터는 유아의 도전을 고려한 지혜로운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주변을 탐색해 보니 수영장 놀이터였다. 계절이 겨울이라 수영을 할 수 없어 물을 빼서 어린이에게는 자연스러운 도전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더라도 놀이 공간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도전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천성적으로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연스럽게 놀이로 바꾸어 가며 공간을 형성해간다.
아동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러나 안전한 환경 속에서 아동에게 도전을 줄 수 있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외공원에 세워지는 상상 놀이터도 어린이의 상상, 도전도 고려한 놀이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가장 좋은 놀이터는 자연이지만 자연을 넘어 아이들에게는 좋은 공간의 공유는 미래의 인재들에게 더 좋은 놀이 공간으로 될 것으로 본다.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 놀았던 우리의 놀이문화에서 아이들은 “OO야 놀자.”라며 친구를 불러 마을 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겼는데 어느 날부터 우리에게 사라진 언어가 되었다.
아이들의 놀이터 상상을 넘어 도전정신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