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봄이다. 보다의 봄, 튕겨 오르는 봄을 생각하니 봄은 멈춤이 아니다. 봄이 왔다. 물방울이 흐르는 소리, 나뭇가지 파르르 뜨는 소리가 들리는 시기에 걸어야 할 길이 떠오른다.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 생명력이 넘치는 섬진강 길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윤동주 시인의 길이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찾는 것이다.
겨울과 봄 사이의 계절에서 강천사를 길을 걷는다. 며칠 내린 비로 강천사의 물은 맑다. 흐르지 않는 작은 골짜기에는 개구리 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길을 걸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길이다.
두 번째 길은 문경새재다. 세 번째는 선운사에서 도솔암 가는 길이다.
필자가 힘들었을 때 함께 했던 길은 장구목에서 시작되는 섬진강 길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 불현듯 그 길들이 다시 떠 오르는 것은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은 10년도 넘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은 지역적인 상황에 자주 선택하기 힘든 길이다.
10년 전 6월의 하순에 걷는 강원도 길은 시원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걷는 길은 낯선 길이었다.
도로가 아닌 골짜기를 따라 걷는 길은 쉽지 않다. 상원사의 적멸보궁에 올라서서 바라본 강원도의 숲은 울창하다. 쭉쭉 뻗은 침엽수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초봄에 걷기 좋은 길은 섬진강 길이다. 섬진강은 걷기보다는 드라이브 길로 추천하기도 한다.
봄에 돋아나는 꽃과 식물을 보면 햇살이 내리쬐는 강변이 아름답다. 햇살이 강변에 닿기도 전에 봄은 가고 벚꽃은 진다. 벚꽃이 질 무렵이면 생각나는 곳이 바로 문경새재길이다.
문경새재길은 진달래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날 때 걸으며 좋다. 문경새재 길이 걷기 좋은 이유는 길이 넓어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좋다. 길마다 풍경이 아름다워 쉬어가며 더 좋은 길이 문경새재이다. 문경새재길은 조선 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넘었던 고개이다.
새도 날아가기 힘든 고개지만 이 고개를 넘으면 합격한다는 설이 있어 이 길을 택했다고 한다. 1관문, 2관문을 지나면 조령고개다.
옛 선비가 걷던 길로 고개마다 길마다 사연이 많다. 문경새재 고갯길에는 주막터가 있어 힘들면 막걸리 한잔, 묵 한 접시를 먹으며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문경새재는 길마다 우리의 옛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월정사와 문경새재는 광주에서 멀어 선택이 좁다. 광주에서 가장 선택하기 좋은 길은 강천사와 고창 선운사 길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길은 물줄기와 길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구담마을에서부터 출발해 장구목길도 계절에 상관없이 선택하기 좋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것이다. 봄은 보다에서 출발한다면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걷는 것이다.
길이라는 주제가 문학에서 많이 차지하는 것은 인생이 길을 통해 배움의 과정이 크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길에서 우리는 쉼을 배우고 느림의 삶을 만나게 된다. 쉼의 길에서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이다.
길은 어제의 길과 오늘의 길은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나는 길은 새로운 길이다.
윤동주의 ‘새로운 길’ 시가 떠오른다. 어제도 가고 오늘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그렇다. 길은 언제나 새롭다.
2월이다. 벌써 대보름이 지났다. 겨울 무를 꺼내 채를 썰어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려 두다가 깨소금, 참기름을 듬뿍 넣고 작년에 받아두었던 젓국을 휘리릭 둘러 무생채 반찬을 만들어 본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싱싱한 무 생채는 묵어 있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신선함이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이 땅속에서, 나뭇가지에서 튕겨 오르고 있다. 봄이면 길을 걷자. 봄을 만나기 위해 땅속의 식물처럼 튕겨 오르듯 몸을 움직여 보자. 그 길 위에서 삶을 생각하고 무생채의 봄 감각을 만나보자. 살아 있는 삶을 위해 한 걸음을 내 딛어 본다면 우리가 함께 봄 길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