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어차피 봄은 오고 말았다. 그 기나긴 추위를 이이고 풀꽃은 온 들에 비단방석을 깔았다. 이 봄날에 가장 민감한 것은, 꽃과 새싹이다.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려도 한 뼘 키를 세울 것이다. 그 봄바람에 꽃망울 맺힌 매화가 폭죽이 터지듯이 꽃을 피웠다.
꽃집에서 수선화, 자스민 화분을 사 거실 한쪽에 놓았더니 봄빛이 가득하다. 쑥쑥 올라오는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봄의 향연이다.
그러고 보니 봄꽃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화분이 든 시장바구니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쳤다. 순간 “죄송합니다.” 하며 얼굴을 보니 인상이 찌푸려져 있다. 민감한 세상이다. 작은 상황에도 인간은 자신을 방어한다.
니체의 저서 병든 시대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100년의 지혜라는 책을 안내에 ‘나는 짐승들보다 인간들 사이에 있는 것이 더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라는 문구에도 현대인의 타인에 대한 민감에 대한 표현은 인간이 두려운 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민감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17년 된 차를 폐차하고 자동차를 구입했다. 자동차 옆에 지나가면 센서가 작동되어 운전자도 민감해진다.
민감한 자동차와 익숙해지려면 둔감해져야 할 것 같다.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민감성을 낮추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민감은 ‘느낌이나 반응이 날카롭고 빠르다. 한곳의 감각이 매우 예민하다’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감은 민감하다로 표현하면 세심한 감성 있는 예민함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많지만, 역으로 말하면 불편함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주변에 민감한 사람이 많으면 스트레스 폭이 증가한다. 민감한 부모, 민감한 친구, 민감한 자식, 민감한 직장상사와 살면 에너지 소진이 빨리 된다. 지치고 힘든 삶에서 “사는게 피곤해,” “사람 만나는 것 어렵워”라는 언어가 등장하면 인간은 동굴에 숨게 된다.
뇌의 민감성을 둔감 시키는 삶이 필요하다. 둔감한 삶을 위해 명상도 중요하다. 뇌의 민감성을 느리게 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심신을 단련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된다. 차분하고 느린 음악을 들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또한, 뇌를 둔감 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에 몸을 맡겨보아도 좋다. 그런데 일상에서 힐링이 필요하다면 식물을 키워보는 것도 좋다. 일명 식물 테라피다.
잎이 커다란 초록 식물을 키우면서 잎을 닦아주거나, 새순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만 해도 심신을 단련해 주는 데는 효과적이다. 실내에서 잎이 큰 몬스테리아, 지중해 나무인 올리브도 키우면 재미가 있다.
이상진 골프 의학 클리닉 원장은 골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였다.
‘첫 번째는 아침에 3~5킬로미터 정도 거리의 교회나 사찰, 공원을 정해 달리거나 걸어간 후, 기도나 명상을 한다. 두 번째는 평소 운동 후에 뜨거운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길 권한다. 세 번째는 훈련 일지나 자기계발서를 매일 쓰게 하는 것이다.’ 골프 선수들도 둔감 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감한 세상에서 서로가 민감해지면 인간은 동굴에 숨는다. 인간이 동굴에 숨지 않으려면 가까운 거리의 인간관계에서는 자신의 민감성을 안내해 주는 것도 좋다.
“나는 이럴 때 힘들고 이렇게 하면 좋아”라던가 서로의 감정을 적절하게 알려주며 상대에게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하고 배려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관점에서 사고하기 때문이다.
잘 안다고 하지만 전혀 다른 타인이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몸이 피곤하니까 그만 일어나자”, “다음에 합시다.”등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삶이 필요할 것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봄빛이 머물고 있다. 이른 봄에 핀 매화는 벌써 옷을 벗고 있다. 찬 바람에 올리브 빛 새 옷을 갈아입는 나무를 관찰하는 것도 둔감의 방법이다. 민감해지는 세상에서 가끔은 둔감 훈련을 해야 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고요함 속으로 한 발 건너보는 것도 둔감한 삶을 위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