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봄을 찾아 떠났다. 봄꽃을 만난 사람들은 꽃잎이 날리는 강변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몽환적인 산수유, 나비 되어 날아가는 매화를 보려고 봄을 찾다 돌아와 보니 동네 공원에 하얀 목련이 손짓하고 있다. 어찌하다 보니 봄이 집 앞에 있다.
봄날이다. 충장로를 십 년 만에 나갔다. 우(광주 충장로 우체국)다방은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한 과학혁명이 도립 되어도 약속은 우 다방이다. 충장로에도 봄이 가득하다. 청년세대의 봄빛 옷차림, 발랄함이 돋보인다.
유명 제과점에서 빵을 사 나오다 젊은 남녀의 얼굴에 한자가 도배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함께 한 일행이 “왜 얼굴에 이상한 것을 그리고 다니지.”라는 질문에 “영화를 보고 따라 한 것 같네.”라고 답했다.
영화 파묘의 상덕, 영근, 화림 역할이 얼굴에 험한 것을 막기 위해 금강경을 새겨 넣은 모습을 따라 한 것이다.
영화 파묘를 보지 못한 일행은 깜짝 놀라며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거여.”라는 반응을 보면서 청춘의 독특한 캐릭터 놀이문화에 당황하였다.
파묘 영화의 영향력이 큰가 보다. 파묘는 현재 900만을 넘어 천만을 향해가고 있다.
최태성 역사학자의 유튜브를 보니, 영화의 상덕(최민식)은 땅을 찾는 풍수사인데 일본과 중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영근(유해진)은 개항기 때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화림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 의용대 여자 복무단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봉길(이도현)은 도시락 폭탄을 들고 나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윤봉길 의사다.
파묘 영화의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알고 본다며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일본 장군이 화림에게 은어와 참외를 준비했냐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일본 오니가 참전한 전투의 이야기다.
참외를 좋아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 은어가 특산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서군은 오니가 화림에게 하는 질문은 적군인지 아군인지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렇듯 파묘는 영화를 보다 왜? 라는 의문을 찾다 보면 재미있게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영화 포스트에 배우가 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이 한반도의 지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영화 파묘의 파급력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청춘이 얼굴에 쓴 금강경은 귀신을 쫓는 힘을 가진 불경으로서 부처의 지혜 혹은 부처가 깨달은 지혜에 삶에 대하여 설법한 내용을 담은 경전이다.
파묘의 주인공이 얼굴에 쓴 글은 영화 듄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듄. 2의 주인공 어머니의 얼굴에도 글씨가 그려져 있으며 파묘의 정령이 듄에서도 등장하는 흥행 하는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영화 파묘는 무덤을 파는 것이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영화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건을 다시 재현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 쇠말뚝, 숫자가 제시하는 것이, 역사를 알고 우리의 것을 다시 찾아야 하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 웃음 코드가 없어도 몰입감이 높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감독 장재현은 인터뷰에서 “외세에 당한 역사와 그 잔재가 곪아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걸 파묘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의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 같은 걸 뽑아버리고 싶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관객도 감독과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볼 것이다. 이에, 관람객의 입소문을 통해 천만 관객이 넘을 것으로 본다.
파묘, 영화 파급력이 불고 있다. 영화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봄이 자연스럽게 오는 것처럼 논두렁에 까치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듯이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종일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문화는 자연스럽게 일고 있다.
영화에 관련된 책을 보다 니체의 책을 펼쳐 들었다. 책 표지에 있는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문장이 매력적이다.
아마 영화를 보는 것도 비어 있는 내 안을 빛을 채우는 과정인가 보다. 봄이 되어 꽃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한 여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