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내놓은 \'진상규명 불능\' 처리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조사 보고서들에 대해 광주 지역 사회가 납득할 수 없다며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조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이미 사법부 판결을 통해 진상규명된 내용보다 후퇴, 왜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폐기 처분을 촉구했다.
5·18기념재단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광주시의회 등은 25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보고서 평가·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단체들은 지난달 공개된 조사위의 개별 보고서 중 \'진상규명 불능\' 처리된 건에 대해 각자 분석한 내용들을 발표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은 공청회와 청문회의 부재를 지적, 해당 개별 보고서들에 대해 조사위의 조사 설계와 계획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권 모 일병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에 따라 자명해진 사실이 이번 조사 결과로 왜곡의 빌미가 된다며 관련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의 폐기를 촉구했다.
해당 사건은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대시민 집단 발포와 연계된 5·18 왜곡의 주요 뿌리 중 한 축이다. 그간 권 일병이 광주 시민들의 시위대가 몰던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는 신군부 측 주장과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진술이 뒤섞여온 탓이다. 신군부 측은 권 일병이 시위대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면서 자위권 발동과 대시민 집단 발포의 근거로 이용해왔다.
사건 조사 내용이 기록된 보고서에는 \'권 일병이 숨진 경위에 대해 일관적인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고 신체검안서를 통해서도 정확한 사인을 특정할 수 없었으며 개인 피해 관련 기록 조사와 목격자 등 참고인에 대한 대인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지 못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했다\'고 적시됐다.
단체들은 이같은 조사 결과가 과거 사법부 판결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광주고법이 지난 2022년 9월 14일 판결한 \'5·18 당시 계엄군의 대시민 헬기 사격이 없었고 권 일병이 시위대 장갑차에 치어 숨졌다는 전두환 측 주장은 왜곡\'이라는 결정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권 일병은) 시민들이 운전한 장갑차(도시형·차륜형·고무타이어 바퀴형)에 의해 들이받혀 사망(충격·충돌로 인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계엄군 장갑차(무한궤도형) 후진으로 무한궤도에 의해 깔려 사망(역과형 사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계엄군 집단 발포에 맞서 광주 시위대가 전남 무기고를 피탈한 시점에 대해서도 양비·양시론 시선에 입각, 왜곡의 우려가 다분한 의견까지 보고서에 담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무기고 피탈 시점 또한 신군부가 주장하는 자위권 발동 근거와 직결돼있어 중요한 진상 규명 과제로 꼽힌다.
단체들은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에 의한 발포 주장 단초가 되는 \'5월 21일 오전 광주 시위대의 전남 일대 무기고 습격\'을 일부 의견일지라도 보고서에 담으면 5·18 왜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해 결론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일부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이 조사위 상임위원들의 관련 수정 요구를 거부했다는 정황이 확인돼 합리성없는 결과가 보고서에 담겼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나아가 \'진상규명 불능\'이라는 결정이 자칫 \'있었단 사실이 아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명칭에 대한 수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군·경이 입은 피해 조사 개별보고서에 대해서는 권 일병의 사망 사건 등 왜곡 여지가 다분한데 따라 폐기처분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도기 기자